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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칼럼] 민주주의를 향한 노정, 선거

미국과 한국은 닮은 듯 다른 점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정치, 특히 선거다.

선거를 통해 고위직의 면면이 바뀌면 이에 따른 국가 철학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두 나라의 정권 교체에 따른 변화의 깊이와 폭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YS 이후 다섯 차례 정권이 바뀌고 두 차례 여야가 교체됐다. 그러나 높은 자리의 임자가 달라졌을 뿐 일반 국민들의 삶에는 기대만큼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외려 이념적 분열이 심화되고 형이상학적 어젠다에 대한 국가•사회적 논쟁만 점증했다.

미국은 누가 행정부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구체적 정책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세법과 이민법의 적용과 해석이 달라지는 등 구석구석 실생활의 변화를 체감한다.



선거의 꽃은 지자체 선거다. 주에서부터 카운티, 타운에 이르기까지 각 지자체 투표 결과는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다.

내가 사는 타운의 행정 당국은 분기별로 10페이지 안팎의 시정 뉴스레터를 보내온다. 논의되고 있는 정책과 진행 중인 사업, 주민 생활 소식들이 고루 담겨 있다. 또 지자체 전체 예산, 수입과 지출 내역이 분야별로 비교적 상세히 전달된다. 오래 전 일이 됐지만, 처음 받았을 때 매우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타운 살림살이 내역 공개였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타운 내 초•중•고등학교에 가장 높은 비율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을 보고 높은 세금 부담에 대한 불만이 다소 가라앉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시카고 대도시권,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거주하는 일리노이 주민이다. 엄밀히 말해 시카고 시민은 아니지만 시카고 시정의 영향권 아래 살고 있다.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결정은 시카고 대도시권을 넘어 일리노이 주 전반, 중서부와 미 전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내달 2일 실시되는 시카고 시장 선거 결선 투표가 중요한 이유다.

로리 라이트풋(56) 전 연방검사와 토니 프렉윈클(71) 쿡 카운티 의장이 맞붙는 결선 투표의 결과는 시카고의 내일과 미래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당선자는 단순히 '첫 흑인 여성 시카고 시장'을 넘어 시카고 시민, 메트로 시카고언, 일리노이 주민의 삶에 조타수가 된다.

'부패 도시' 오명을 쓰고 있는 곳, '정치 머신'(Political Machine)으로 대표되는 해묵은 구태, 끊이지 않는 총기 사고, 침묵 코드(Code of Silence)로 드러난 공권력의 실상, 만성적 재정 적자와 경기 침체...

시카고가 2대 도시(Second City)라는 별칭과 무관해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3대 도시 타이틀을 내놓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한다. 시카고의 오늘은 어제의 결과다. 좋든 나쁘든 그간 우리가 선택해온 선거의 결실이다.

라이트풋과 프렉윈클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주목하고 그들의 공약이나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인사회 구성원들은 특정 후보와의 친소 관계를 찾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정책이 한인 커뮤니티에 발전적 결과를 불러올 지 따져보고, 확인해야 한다. 나아가 각 후보에게 없던 의지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시카고 정치 지형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각적이고 전방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선거는 인기 투표가 아니다. 각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가 누군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해서는 안된다.

친절한 조력자, 아웃사이더에 머물지 않고 이 땅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노력이 요구된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실현해가는 노정(路程)이다. [발행인]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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