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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봉의 미국에서 세자녀 키우기] 예방접종률 낮은 부자들

아이들을 기르다보니 공중보건 및 방역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작년 이맘때쯤 일이다. 오헤어공항으로 들어온 여행객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주보건국이 주의 관찰을 당부한 적이 있다. 당시 북서부 서버브 팔레타인에서도 환자가 발생해 격리 조치를 하는 등 소동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일리노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26개 주에서 홍역 의심사례가 보고됐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주에선 각각 100명 넘게 확진됐으며 며칠 전엔 워싱턴주가 환자 35명 집단발병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최근 다시 번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 2000년 이미 홍역 소멸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주 원인은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92~94%의 집단면역이 유지돼야 집단 발병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미국의 홍역 예방접종률은 91%다.

뭔가 이상하다. 애들 학교는 매년 신학기가 될 때마다 신체 및 치과 정기검진 그리고 예방접종 기록을 요구한다. 백신을 맞히지 않으면 등교가 거부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접종률은 100%에 가깝지 않고 해마다 떨어진다.



예외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종교나 의학적인 이유 등으로 백신을 맞을 수 없다면 사유서를 내고 면제될 수 있다.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위해 마련해둔 규정인데 검증이 어렵다는 걸 악용하는 부모들이 있어 문제다. 특히 대체요법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 이상 고학력 부모들 중 백신이 아이들에게 해롭다며 맞히지 않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실제로 LA타임스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카운티에서 유치원 학생의 76.5%만이 백신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부자일수록 예방접종률이 떨어진다며 이를 새로운 트렌드로 규정했다. 부촌으로 유명한 베벌리힐스의 유치원생 중 권장 시기에 맞춰 예방접종을 받은 경우는 21%에 그쳤으며 캘리포니아 150개 학교에서 접종 면제 비율은 8% 이상이나 됐다. 모두 연평균 가구 수입 10만 달러에 달하는 지역들이다.

백신 공포는 지난 1998년 영국의 앤드루 웨이크필드라는 의사가 시작했다. 의학전문지에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는데, 데이터가 조작된 데다 자의적인 해석 때문에 신빙성이 없어 인정되지 않고 나중에 취소됐다. 그는 심지어 사기적 진료행위로 의사 자격을 박탈당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백신 괴담을 진실로 믿는다는 것이다. 전문지식이 없어도 역사를 조금만 알면 그게 얼마나 허황된 소리인지 알 수 있다. 주 사망 원인으로 암과 심혈관계 질환이 수위를 다투게 된 건 최근 수십년의 일이다. 그전까지 인류는 전염병을 두려워하며 주술이나 종교에 의지했다.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한 건 백신의 개발이 있고 나서다.

홍역은 치명적인 고감염성 질병이다. 과거엔 걸리면 태반이 죽어나가는 무서운 병이었고 요즘엔 백신과 치료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1천명당 3명이 사망하고 후유증을 남기는 등 여전히 조심해야 할 전염병이다. 심지어 백신으로 면역이 있어도 약하게나마 앓을 수 있고 후유증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환자 그 자신이 또다른 전염원으로 기능해 병을 퍼뜨리게 된다.

공중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의 경우 예방접종은 일종의 의무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맞고 안 맞고 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다수가 면역 능력을 갖는 집단면역(herd immunity)이 없으면 나이 어린 영아나 암 등 기저질환 때문에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람들은 곧바로 위험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비과학적 대체요법 맹신자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백신 거부는 본인 뿐 아니라 공동체의 건강을 위협하며 '의무'를 행한 다른 이들의 면역 덕을 보는 이기적 행태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없었으면 한다.[관세사, 그레인저사 재직]


봉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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