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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다이크가 풀려난다면…2

도태환 칼럼

리처드 데일리 시장 시절 시카고 업타운은 빠르게 변모했다. 다운타운 인근의 차이나타운도 지저분한 겉모습을 거두어 냈다. 흑인 빈민가로 잘 알려진 사우스의 카브리니-그린 아파트 단지는 상당수가 철거되었다. 그의 재직 시절 시카고의 여러 곳이 재개발됐다. 당시의 부동산 붐은 그 재개발에 불을 붙였다.

젠트리피케이션, 이 긴 단어가 일상 언어가 되는 시점이었다. 값싼 부동산을 사서 이를 헐고 새 건물을 짓는 건축업자는 백인들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렌트비가 올랐다. 오랜 세월 그곳에 살던 가난한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더 싼 렌트를 찾아 떠나야 했다.

나는 이 과정이 계획된 것으로 믿는다. 가난한 흑인들은 사우스로 몰렸다. 인종간 거주지 분리다. 그 이후 흑인들이 모여 사는 시카고 남부와 서부에서는 총성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지금껏 사우스는 ‘총성과 피로 물든 주말’을 겪는다. 전임 오바마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카고의 치안을 우려하며 연방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시카고의 강력범죄는 심각하다.


2014년 시카고 사우스에서 조그만 칼로 경찰 순찰차 바퀴에 구멍을 내며 건들거리던 흑인 사내아이가 경찰에 포착된다. 경찰은 그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다 멈춰 세웠고 백인 경찰관이 그에게 총을 쏘았다. 무려 16발을 조준사격했다. 17세 소년은 사망했다. 라쿠언 백도널드 사건은 1년 후 재조명된다. 경찰의 과잉진압 모습이 담긴 순찰차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다. 데일리 후임 람 이매뉴얼 시장은 사건 은폐의혹을 받았다. 이매뉴얼은 3선 도전을 포기했다.



백인경관 제이슨 밴 다이크가 살인혐의로 기소되어 2주째 배심 재판을 받고 있다. 12명 배심원 앞에서 검찰과 변호인 간 공방이 이어지는 중이다. 백인 가해자-흑인 피해자 재판의 배심원석에는 백인 7명, 흑인 1명, 히스패닉계 3명, 아시안계 1명이 앉아 있다. 평결이 오래지 않아 나올 것이다.
시카고 경찰은 비상대기 중이다. 2주전 이 칼럼에서 썼듯 평결 후 소요 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무죄나 평결 불일치일 경우 밴 다이크는 풀려난다. 이러면 십중팔구 거센 시위가 벌어지고 폭동으로 비화할 수 있다.

흑백의 주거지가 확연히 분리된 도시, 시카고에서 사우스를 제외한 다른 지역 시민들에게 시위와 폭동은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있다. 대부분의 총격사건이 시카고 남부 흑인 커뮤니티 내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평결 이후 소요도, 폭동도 사우스만 차단하면 된다. 데일리의 흑백 분리 정책이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시카고 거주 백인 절대다수는 시카고가 안전하며 친구나 가족에게 살 것을 권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흑인들 생각은 달랐다. 백인들이 사는 곳은 안전하고 흑인들이 사는 곳은 그렇지 않다. 시카고는 그렇게 분리되어 있다.

재판은 사우스 26가에서 열리고 있다. 주변에는 흑인, 히스패닉계가 주로 산다. 지금도 법원 밖에서는 밴 다이크를 감옥에 보내라는 피켓 시위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밴 다이크가 살인죄 유죄평결을 받으면 어떨까. 집에 가는 길에 앞차 뒷 유리창에 길게 붙여있는 문구를 봤다. ‘경찰 목숨도 중요하다’(police lives matter too). 운전자는 백인일 것이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때 사우스에 있는 한인 비즈니스는 안전한가. 지금 인종 갈등이라는 시한폭탄의 사정거리 안에 우리도 놓여있다는 자각과 대비가 필요하다. <편집국장>


도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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