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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근 교수칼럼 18: 바다수필과 공간성에 관하여

산업사회의 현대는 독자를 감동시키는 강렬한 흡인력과 공감대를 지닌 수필을 요청한다. 뉴턴이 말한 수필의 보편성이야말로 소재의 다양성에 의미를 둔다고 하겠다. 문학적 보편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수필은 편중적인 소재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틸 다이가 상상을 ‘소재를 변형시켜 새 현실을 창조하는 힘’이라고 한 것은 소재의 확장이 수필 영역의 확대와 직결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기서 한국수필은 그동안 멀리 해온 ‘바다’ 소재의 접근성을 요구받는다고 하겠다. 위의 측면에서 이 시대의 많은 문인들은 하나뿐인 지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바다’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에게 있어 바다는 환경인 동시에 문화다. 바다를 함께 하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치열한 삶의 일부분이고 도전과 응전 속에서도 경외와 적응 속에서 삶의 순리를 따르기도 하였다. 미래로 가고 있는 수필 속에서 바다는 중대한 화두 이상의 무엇을 가지고 있다. 물의 총합으로 표징되는 바다, 생명의 원천으로 화합과 끌어안음의 그 바다를 배경으로 하거나 주요 대상물로 하는 해양문학은 사람도 등장하지만, 주역을 담당한 바다라는 무대에 내포된다. 일찍이 문덕수는 “해양문학의 빈곤은 우리 문학사의 맹점이다. 삶의 무대로서의 바다를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해양문학 또는 바다문학의 광의적 개념은 “해양 또는 바다를 소재로 하는 문학”이다. 전 부산대 김천혜 교수는 문학 장르로서 한국의 바다문학은 서양의 바다문학에 비해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첫째, 바다가 자살의 장소로 선택되어진다는 말이다. 둘째, 바다소설의 무대가 바다 위나 바다 속이 아닌 경우다. 이는 아직도 바다가 우리에게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어 있고, 바다를 개척하려는 개척정신이 결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구모룡, 옥태권의 주장처럼 진정한 해양문학이 되려면, ‘바다’, ‘배’, ‘항해’라는 삼 요소가 구비되어야 할 젓이다. 비록 해양문학의 범위를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지라도 해양 또는 바다문학이 장르로서의 정체성을 견고히 지켜나가려면, 협의의 개념으로 바다 또는 해양문학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연이라는 관점에서 바다는 공간을 구성하는 두 요소 중 하나다. 그만큼 바다는 그 공간성이라는 관점에서 자연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바다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모성 혹은 생명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그것은 신화원형적인 관점에서 그럴 뿐 실제의 문학작품에서 등장하는 바다가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바다를 소재로 하거나 또는 바다에서 직접 취재한 문학 작품은 예로부터 다른 문학 장르에는 많이 있었다. 구약성서의 ‘요나서’나 그리스 신화가 그렇고, ‘보물섬’, ‘백경’, ‘노인과 바다’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도 반도의 삼면이 바다를 끼고 있는 까닭에 자연스럽게 바다를 읊은 노래가 많다. 우리 시가의 최초 작품이라고 말해지는 ‘구지가’나 ‘공무도하가’가 바다 또는 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부터 그렇다. 그러나 고대시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학에 투영된 바다의 모습이 한결같지 않으리라는 것은 물론이다. 바다의 공간성이 우리의 수필에서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 그리고 공간의 지향성이 어떻게 변모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수필에서 바다는 대체로 세 가지 공간으로 제시된다. 첫째 외적 공간, 둘째 내적 공간, 셋째 관념적 공간이다.

외적 공간이란 문자 그대로 우리의 감각적 세계가 인지하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실제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적 공간이란 시인에 의하여 주관화된 공간 그리하여 시인의 내면 의식에 의하여 다시 창조된 공간이다. 그것은 현실에는 없고 오직 인간의 의식에만 있는 정신적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관념적 공간이란 실제로는 있을 수 없고 다만 신념을 통해 가상할 수 있는 혹은 소원 성취의 대상으로 설정된 그러한 공간을 의미한다. 그것은 감각적 세계를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외적 공간과 구분되며 인간 의식을 초월해 있다는 점에서 내적 공간과 다르다.

수필 작품의 공간은 필자가 관찰하고 회상하고 상상하는 대상과 그 대상이 있는 곳이다. 시간과 공간은 작품 속에서 분리되지 않고 결합되어 있다. 여기서 상상력은 이미지의 재현이 아니라 변형, 해방, 창조라고 주장한 바슐라르의 견해를 주시할 필요가 있게 된다. 그것은 이 지상엔 조물주가 창조한 우주적 자연 공간과 작가의 상상력이 창조한 인위적 공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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