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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마음의 치유]방어기제-억압

사람은 공격을 받으면 반사작용을 한다.

마치 누군가 자기를 때리려는 행동을 취하면 본능적으로 방어를 하는 것처럼….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는 방어기제가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내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자아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그 불안을 감소시키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 영역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다양하게 사용을 한다.

그런데, 만약 이런 방어기제가 없으면 우리 마음은 사람이나 상황들로 인하여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방어기제를 크게 건전한 방어기제(승화 등)와 불건전한 방어기제(억압/부정/퇴행 등)로 나눌 수 있다.



프로이드가 가장 원시적이고 불안에 대한 일차적 방어기제로 간주한 불건전한 방어기제의 대표적인 “억압’에 대하여 살펴보자.

무의식에 억압된 원초적 본능(ID)은 의식세계로 자꾸 나오려고 꿈틀거리며 말썽을 부린다. 만약, 모든 원초적 본능이 의식세계로 올라오는 것을 허용한다면 우리의 삶은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마치 짐승과 같은 세상이 된다. 이처럼 억압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일차적 방어기제이다.

예를 한가지 들어본다. 1990년대 초 어린시절 성폭행을 당했던 Q모여인. 이 사건의 주인공 Q모여인은 어린시절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나이가 들어 기억하게 되어 끝내는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에게 복수를 가함으로써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Q모여인은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했던 기억을 20여년동안 자신의 마음 저변 무의식 속에 억압한 상태로 숨겨 놓고 자아가 불안한 내면을 그냥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 후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행동 등 어린 시절의 성폭행을 당한 후유증이 나타난다.

결국 Q모여인은 자신의 이런 후유증 행동의 근원이 어린시절 성폭행 사건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기에 법적으로도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가해자를 찾아 보복한 사건이다.

우리 일상생활의 대인관계 등 모든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자신의 상처, 아픈 기억 등을 잊어버리지 않고 살아간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 노이로제를 앓고 심하면 정신분열증 환자로 살아가는 그야말로 생지옥과 같은 삶이 된다.

Q모 여인도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상처와 아픔을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그의 삶은 엄청 괴롭고 힘든 삶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억압이란 방어기제를 사용함으로 무려 20여년동안 자신의 기억 속에서 잊어버리며 살아갈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의식 세계에 없을 뿐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숨겨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Q모씨는 자신이 용납하기 어려운 성폭행의 아픈 상처, 고통스러운 생각이나 감정들을 의식 밖으로 몰아내 무의식 속에 눌러 억압을 하며 20여년을 보내며 자아의 불안한 내면을 그냥 까맣게 잊어버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억상실증”이다. 성폭행을 당했던 여성들 가운데 “기억상실증”을 보이는 경우다. 한정적이지만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던 바로 그 부분에 대하여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수치심을 무의식 속으로 밀어 넣은 억압의 결과이다.

억압은 자아를 위협하는 소망이나 충동을 의식으로부터 내쫓아 의식 하부에 눌러 두는 것이며 따라서 의식되지 않은 채 그것들을 보관 유지한 상태다. 일단 억압된 충동들은 항상 의식속으로 침투하려는 작용을 가지고 있다.

개인은 불안을 느끼게 되고 이 불안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중요한 갈등이 결정적 시기에 해결되지 못하면 억압된 요소가 생의 후기에 장애나 부적응적 행동을 초래한다. Q모여인도 20여년동안 억압된 어린시절의 성폭행의 고통, 아픈 기억, 상처와 불안, 수치심, 분노 등 부정적 감정들로 인하여 자신을 성폭행 한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부적응적 행동을 초래하게 된다.

억압이 성공적(본능적인 욕구/금지된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것 방지)일 때 사회적, 도덕적으로 잘 적응하는 생활을 한다. 정신분석은 억압을 극복하는 과정이며 억압은 정신분석의 초석이며 억압을 통과해야 치료가 된다. 억압이 무너지면, 정신질환이 발병한다.


박상섭 / 버지니아워싱턴대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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