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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대나무 이야기

김윤회

월등사라는 절에는 수천 그루의 대나무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이 절의 노스님이 그것을 특별히 좋아했습니다. 스님은 어느날 함께 정자에 오른 손님들에게 대나무의 좋은 점을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대나무가 식품으로 좋다고 했습니다. 싹이 싱싱하게 나오면 마디는 촘촘하고 속은 살이 올라 꽉차게 되는데 이것을 삶거나 구우면 냄새가 좋고 맛이 연하여 늘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대나무가 목재로 좋다고 했습니다. 대는 강하면서도 강하지 않고 연하면서도 연하지 않아 휘어서 만들면 광주리가 되고 가늘게 쪼개 엮으면 문에 쓰는 발이 됩니다. 돗자리가 되기도 하고 옷상자, 대그릇을 만들 수 있으니 여러모로 유용하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은 대나무에 운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대가 돋아날 때는 줄지어서 늘어서는데, 껍질이 벗겨지고 줄기가 자라면 껍질이 단단해지며 마디는 뚜렷해집니다. 바람에 우는 소리와 저녁 그림자는 달빛과 어울리고, 차가운 모습은 눈에 덮입니다. 날마다 대를 보며 시를 읊고, 걱정을 잊을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대나무에 지조가 있다고 합니다. 대나무의 명칭과 모양이, 나오는 지방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아무리 춥든 덥든, 푸르고 싱싱하여 사철에 변하지 않습니다. 지역이나 계절에 따라 뜻을 바꾸지 않으니 성인은 그것을 숭상하고 군자는 본받으려 한다는 겁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나서서 말했습니다.

맛이나 쓸모 혹은 운치와 지조로 대를 좋아한다면 그 겉만 보고 본질은 모르는 겁니다. 대는 처음 땅에서 날 때부터 거침없이 자라나며 오래될수록 더욱 단단해집니다. 이는 선천적 자질이 있는 자의 깨달음과 후천적으로 노력한 자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대가 속이 빈 것은 사람의 마음을 비운 것과 같고 대가 곧은 것은 사람의 기질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고려시대 문인 이인로가 쓴 ‘월등사죽루죽기’라는 수필입니다. 어떤 사람은 대나무의 가치를 쓸모에 초점을 두었고, 어떤 사람은 운치나 지조처럼 다른 사람에게 주는 영향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강조하는 대나무의 진정한 가치는 외형이 아니라 본질입니다. 스스로 깨닫고 노력하고 비우고 곧게 자라나는 겁니다.

어쩌면 아이들을 교육하는 부모들의 생각도 이 글에 나타난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인생의 가치를 직업이나 지위 등의 사회적 역할과 명예, 권력, 경제력 등 사회적 영향력에 초점을 둡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갖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여러가지 성공을 거둠으로써 타인의 부러움을 받는 대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지적하듯 진정한 삶의 가치는 본질에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위해 노력한 사람은 그 결과가 화려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삶을 가치있게 여길 수 있습니다. 최근 사회의 상위층 인사들의 여러 반사회적 행태들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합니다. 외형적으로 보기에 아무리 화려한 위치에 있어도 자기 스스로를 가치있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참으로 쓸모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고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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