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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요즘 북녘 동포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제2차 북미회담 일정이 획정됐다. 두 정상과 평양 풍경이 언론에 자주 보인다.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일반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필자는 2014년 10월 당국의 허락을 얻어 3주간 북한의 여러 곳을 돌아보고 왔다. 2005년 평통 방문단 일원으로 다녀온 후 9년 만의 방북이었다.

몇 가지 장면들이 떠오른다. 비행기를 내려 셔틀버스로 이동하는 중, 수천 명 사람들이 활주로 공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모래를 나르는 사람, 구덩이를 파는 사람, 물통을 메고 오는 모습 등. 장관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조선 속도' '결사 관철' 등의 구호가 적힌 배너들이 붉은 깃발과 함께 펄럭였다. 도로 포장은 포크레인 같은 특수 장비로 하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저 넓은 활주로를 사람의 힘으로 만들다니. 이곳이 로켓을 쏘아올리고 원자탄을 실험한다는 그 나라 맞아?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다음해 활주로와 현대식 공항 건물이 예정대로 완성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9년 전 방문했을 때는 밤이 되면 숙소인 고려호텔을 제외한 평양 시가가 깜깜했었다. 지금은 전기 사정이 좋아졌는지 시내가 밝다. 취사도 각자의 형편에 따라 전기나 개스, 연탄을 사용한다고 했다.



목탄차. 나무를 태워 움직이는 자동차다. 강원도에 조성 중인 목축장을 가던 중 목탄차를 보았다. 얘기는 들었지만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사람들이 공동 작업으로 집을 짓던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70년대 우리 시골에서 집을 지을 때 동네 사람이 모두 나와 지붕에 흙을 얹던 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김일성대학 정문 돌비석에 새겨진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누가 뭐래도 우리 형편에 맞춰 살아간다는 그들의 생존방식을 북한 최고 대학 정문에 못박아 놓았다.

평양 아파트 입구에서 50대 중반 쯤의 아주머니가 번개탄을 피우며 골목 끝을 바라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펑퍼짐한 '몸뻬 바지'에 팔짱을 끼고 저녁을 준비하며 식구를 기다리던 모습은 영락없이 우리네 어머니를 닮았다.

젊은 남녀 둘이 지나간다. "야,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지 압네? 혈압치기 직전이라!" "혈압치긴… 이기나 좀 무어라." 전화를 받지 않아 화가 났다는 청년에게 시치미를 뚝 떼면서 '이거나 좀 먹어라'고 처녀가 가방에서 무엇을 꺼내 청년에게 건넨다. 은근히 감싸주는 여인의 나긋나긋한 말 한마디에 녹아나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북한에 휴대폰 사용자가 500만이 넘는다고 했다.

아침에 대동강변을 산책하면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 강변 공터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시민들,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초저녁 무렵엔 으슥한 나무 밑 벤치에서 젊은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이 심심찮게 보인다. 눈을 두기 민망한 풍경도 있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청춘들의 사랑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정찬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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