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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위대한 미국 공존의 리더십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의 경제적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1914년 완공 후 미국 소유와 운용 하에 있던 이 운하의 소유권을 파나마로 넘겨달라는 요구는 70년대 중반 미국과 파나마의 분쟁으로 떠올랐다. 당연히 미국 입장에선 반대가 컸고 이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 '힘'을 쓰는 것도 불사할 움직임이 워싱턴 정가를 지배했다. 특히 이 반대는 공화당이 주축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공화당 대통령이던 포드를 누르고 새롭게 민주당 대통령이 된 카터는 소유권 이전에 대해 매우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잘 알다시피 인권 외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우리 한국에 대해서도 인권 개선을 요구해 당시 박정희 정권과도 상당한 각을 세웠던 것은 잘 알려진 역사다.

카터 대통령은 파나마운하 문제에 대해 인권과 연관 짓는 논리를 내세웠다. 카터는 인권 향상은 개인의 인권이 독재정권에 의해 짓밟히지 않도록 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강대국이 약소국에 대해 공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주장하면서, 파나마운하의 소유권 이전 문제도 공정성에 기초한 협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의 반대 의원 중 상당수의 의원을 설득한 카터 대통령의 노력으로 1977년 운하 소유권 이전을 합의한 토리호스 카터 조약이 체결되고, 20여 년의 이전 작업을 통해 1999년 운하는 파나마로 넘겨졌다.



많은 회의론자들의 우려와 달리 파나마 운하는 2000년부터 파나마가 소유 및 관리하면서 매년 수입의 증가, 물동량의 증가, 사고 감소라는 매우 성공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고, 2006년부터는 새롭게 커진 컨테이너선을 통과시킬 개축 작업에 들어가 곧 대형 컨테이너의 파나마 시대를 앞두고 있다.

국가 간 힘의 논리가 아닌 공정성의 논리로 이룩한 파나마운하 소유권 이전은 이제 세계 물동량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고, 파나마도 민주적 국가로 날로 성숙해가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도 강력한 우방국을 만들었으니, 당시 결정은 정치적으로 정의로운 결정이면서 상업적으로도 글로벌 경제를 키운 훌륭한 업적이라 하겠다.

지금 우리는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의 실험대 안에 있다. 그동안 잘못된 조약과 관행으로 미국이 피해를 받아왔고 이를 고쳐야 미국이 위대해진다는 논리는 보수층을 중심으로 새 흐름이 되면서, 그 핵심은 미중 무역전쟁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로 나타나고 있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린 지는 후대의 역사가 평가할 문제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이 갈등과 힘의 논리로 우위를 갖겠다는 자세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불확실성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경제에서는 상생과 개방의 원리를 중심으로 오늘날 세계 경제의 풍요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지금의 대립 현상은 긍정적이기 어렵다.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면 독재 국가와도 가까워지면서 우방과는 각을 세우고, 심지어 한 나라의 외교 공관에서 자행된 살인마저도 공공연히 넘어가는 현재의 미국 리더십을 보면, 인권이라는 명분 하에 약소국에 대해서도 공정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오늘날의 세계 무역의 주춧돌인 파나마운하의 번영을 가져온 카터의 리더십이 비교된다.

글로벌 리더는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수많은 제국이 흥성할 때는 개방과 포용으로 자국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번영과 평화를 가져온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위대한 미국'을 위한 선택이 '미국 우선'보다 인류공영에 기초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도 여전히 미국이 세계 지도자 국가이기 때문이다.


최운화 / 유니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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