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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세대들, 쿠바서도 일본인과 맞섰다"

'쿠바 한인 대부' 임천택씨 딸 마르따 임

'돌아가지 못한 슬픔' 기록
책을 쓰며 가장 가슴 아파
'한국이 조국' 잊지 않도록
젊은이들에 지원 절실해


쿠바 수도 아바나 동쪽 마탄사스주. 카리브해안을 따라 난 도로를 2시간 달려 도착했다. 한인 1세들이 일한 농장이 있는 이민 사적지이자 아직도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쿠바 한인들의 대부로 불리는 임천택씨의 딸 마르따 임(77)씨는 갑작스런 연락에도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어서오세요."

그녀는 쿠바에서 태어난 첫 한인 세대다. 아버지 임천택씨는 홀어머니와 2살때 멕시코 유카탄행 배에 탔고, 18살에 쿠바로 이민왔다. 쿠바 한인들은 1세를 "성인이 되서 쿠바로 온 한인"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2세이고 마르따씨 9형제는 3세다.



그녀는 한국어를 못했지만, 말투나 행동은 한국의 우리 할머니들과 다르지 않았다. 대학 교수출신인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큐바 이민사'로 이야기를 풀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기록을 토대로 지난 2000년 '쿠바의 한인들(Coreanos En Cuba)'이라는 쿠바 한인 이민사 속편을 출간했다.

-출간 배경은.

"역사는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남편(쿠바사람 폴 루이스)과 함께 10년간 조사했다. 한인들이 주고 받은 편지와 한인들을 인터뷰했다. 아버지 책이 자서전에 가깝다면 이 책은 사실에 주목했다. "

-책을 쓰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점은.

"돌아가지 못한 슬픔이다. 1세들은 모두 쿠바에 와서도 고국에 돌아갈 생각만을 했다. 그래서 쿠바에서 공민증을 받지 않은 분들도 여럿 계셨다. 공민증을 받지 못하면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끝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 못한 분들이 많다."

-왜 못돌아갔나.

"여비가 없었다. 당시 대부분이 6~9명의 자식들을 뒀다. 매일 끼니 걱정해야 했던 삶이었다."

-1923년 쿠바 한인들이 독립을 선언했다. 먼 타국에서 의미가 있는 일인가.

"아버지 세대분들은 쿠바에서도 일본인들과 맞섰다. 300여명이 쿠바에 도착한 직후 일본 영사관에서 나와 조선이 식민지니 일본인으로 등록하라고 했다. 그에 맞서 아버지가 한인회를 조직했고, 독립선언까지 하게됐다."

-당시 한인들의 삶은 어땠나.

"일거리가 없었다. 선인장은 길어야 석달 수확한다. 그나마도 하루 일당이 몇센트였다. 계속 가난했다. 어린시절 1년 넘게 삼시세끼 옥수수 가루만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계가 어려운데도 독립자금을 보냈다.

"아버지는 2살때 한국을 떠나 멕시코에서 독학으로 한글과 스패니시를 깨우치셨다. 내 나라를 알아야한다면서 한글학교를 열어 글과 말을 가르치셨다. 무엇보다 조선사람들은 일본으로부터 독립하는데 일조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셨다."

-쿠바 한인들도 한식을 즐겨 먹나.

"물론이다. 고추장, 김치, 만두, 잡채, 비빔밥, 찌개, 냉면 등등. 좋아한다. 그런데 고춧가루가 없고, 배추가 없어서 골치나(양배추)로 만든 쿠바식 김치라서 아쉽다. 김밥을 좋아하는데 김이 쿠바에 없어서 자주 못먹는다."

-한국정부에 바라는 바는.

"쿠바의 한인 젊은이들이 한국을 잊지 않도록 지원해달라. 한국어 교사도 더 보내주고, 교재도 보내줬으면 좋겠다. 우리 세대가 죽고나면 쿠바 한인들은 다 혼혈만 남게된다. 생물학적으로는 피가 묽어질 수 있겠지만, 내 조국은 한국이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도와달라."

마지막 질문으로 만약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한마디를 꺼냈다. "그라시아스(고마워요)."

감정 표현이 서툴어서 아버지 생전에 자주 못한 말이라고 했다. "잘 가르쳐 주시고 훌륭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말하고 싶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도산 안창호의 딸 안수산 여사도 인터뷰에서 똑같은 말을 남겼다.

쿠바 마탄사스=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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