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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찬미 예수님

오래전 가톨릭 사제로 수품된 그 해 가을 이맘 때쯤 로마로 신학교 교장 신부님의 지도로 동기 신부들과 피정을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가본 로마의 느낌은 깊은 호수같이 청명한 로마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영원한 도시'라는 이름이 걸맞게 고대와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신비감 마저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에도 개인적으로 피정의 백미는 이른 아침 교황청의 작은 경당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미사 집전에 참례하여 개인적 알현을 한 것이었습니다. 미사 후 다른 미사 참례자들과 교황님을 알현했는데, 교황님이 일일이 인사말을 나누며 제 가까이 왔을 때 옆자리의 교장 신부님이 제가 한국사람이라 알려줬는지 저에게 오셨을 때 "찬미 예수님!"하며 한국말로 인사를 하셨습니다. 이에 깜짝 놀라서 그 다음에는 어떤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2014년 4월 27일 역사적 공의회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개회한 요한 23세 교황님과 함께 교회의 성인으로 시성 되었을 때, 옛날 처음 알현했을 때가 떠올랐고, 온화한 미소와 함께 저의 사제로서의 삶을 위해 기도해주시겠다는 말을 기억하며 참 기뻐했습니다. 그 분의 삶과 교훈이 오늘 우리가 사는 동시대를 살아온 분의 말씀이라는 사실에 더 공감이 됩니다.

그리고 지난 14일 일곱 분의 성인이 또 탄생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교황 바오로 6세와 엘살바도로의 오스카 로메로 주교의 시성은 참으로 많은 바를 시사합니다.



바오로 6세는 요한 23세가 시작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잘 이끌어 교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분입니다. 나아가 인간 생명 경시 풍조를 경계하며 '인간 생명(Humanae Vitae)'을 공표하여 생명존중과 낙태 금지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사람의 생명 하나 하나가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고귀한 선물입니다. 인간 생명이 특정인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혹사되고 억압받고 죽어가는 살인은 최악의 행위입니다. 더군다나 가장 힘없는 태아를 지운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인간생명의 존중은 가장 약하고 힘없는 이를 보호할 때 그 가치가 살아납니다.

이천 년 전 처녀 마리아는 성령으로 아이를 잉태합니다. 이는 신앙적으로 신비이지만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입니다. 그러나 신앙으로 마리아와 정혼자 요셉 성인은 그 생명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생명은 인간적으로 가장 낮은 곳 마구간에서 태어납니다. 그 생명이 바로 하느님 사랑의 표징이며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주 수요일 강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사람을 죽이는 것이 누군가를 파괴하고, 억압하고,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살인하지 않는 것은 (누군가를) 보살피고, 가치 있게 여기고, 포용하고, 용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미약한 태아의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은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장 강력한 사랑의 메시지인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 존중의 메시지는 로메로 주교의 시성으로 더 확고해집니다. 70년대 정치적 경제적 억압이 절정이던 때 엘살바도르의 주교 로메로의 온화하지만 강경한 대항의 순교는 그 나라 자유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는 나아가 어느 누구의 생명도 경시될 수 없고 그 존재의 의미가 축소되어 억압받거나 파괴되어서는 안된다는 하느님 사랑의 실천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요한 1서 4:8) 사랑은 어느 누구도 편견으로 대하고 그 위에 군림하지 않습니다. 교회의 성인들이 자신의 삶을 통해 역설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우리 시대 시성 된 성인들만 봐도 그 분들의 삶은 바로 사랑입니다.

40년 전 이맘 즈음 교황에 선출된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가 오늘 우리 마음에 울립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리스도께 문을 활짝 여십시오." 하느님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에 귀의하는 우리 모두 거룩하고 그 사랑을 이웃과 나눌 때 더욱 거룩해져 성인의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하느님의 눈에 우리 모두는 성인의 자질이 있는 거룩하고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김문수 앤드류 / 퀸즈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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