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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걱정 많은 세상

〔〈【  

카톡!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심장에서 허파에서 진동하며 나오는 소리처럼/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는 소리처럼// 손가락들은 열심히 뛰고 있을 것이다/ 손가락에 목청과 혀가 달려있다는 듯이/ 말은 오래 전에 입에서 손으로 넘어갔다는 듯이// (...) 카톡! 고양이처럼 카톡! 카톡! 강아지처럼/ 배고픈 소리들이 울고 있다/ 어서 손가락으로 먹이를 찍어 달라는 듯이

-김기택 시인의 '카톡!'부분





전화기 하나만 있으면 겁날게 없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을 때도 당황되지 않는다. 백과사전이 필요할 때도 도서관까지 갈 일이 없어졌다.

뉴저지에 사는 내가 서울에 사는 친구와 영국에 있는 친구를 동시에 불러내 소통할 수 있는 카톡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점점 사회와 단절되어가는 삶을 살아야 하는 노인들에게 카톡은 좋은 놀이 수단이다. 카톡이 퍼 나르는 정보와 소식들로 문밖의 세상을 빨리빨리 접하며 무료함를 달래기도 한다. 영상이라는 가장 빠른 매체수단을 수시로 주고 받으며 삶의 활력을 유지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손에서 전화기를 놓지 못한다. 손에 전화기가 없으면 불안해진다. 비즈니스를 한다거나 수시로 연락처와 긴밀함을 취해야 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급한 소식을 기다리는 것처럼 전화기를 끼고 산다.

한 가족이 외식을 하는 자리,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각자의 취향을 즐기는 모습은 이제 흔한 모습이다. 모처럼 만난 친구 지간에도 급한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전화기를 옆에 놓고 수시로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전화기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소통의 수단임은 틀림없다. 단톡방이 동창회 소식지가 되어 모임이 활성화 된다든가, 가족 신문 구실을 해주어 가족의 결속을 더 단단히 해 준다. 그 신속함과 편리함을 마다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카톡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부작용도 있는 게 사실이다. 카톡이 퍼 나르는 정보들은 다 믿을만한가, 카톡이 제시하는 방법들은 사실인가의 여부가 그러하다. 카톡이 선동하는 옳지 않은 뉴스들, 부도덕한 행동들은 무차별적으로 침입해 우리 삶을 피곤하게 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카톡은 부도덕하고 은밀한 유희의 도구가 되어가는 것 같다. 한 사람에게 부착된 블랙박스 같기도 해서 카톡으로 주고 받은 문자와 영상들이 단서가 되어 감옥행을 해야 하기도 한다. 요즘 한국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아이돌 가수의 철없는 모습은 카톡의 어두운 이면이다.

이제 우리는 전화기의 다양한 기능들을 버리고 살 수가 없게 되었다. 전화기의 기능들이 제시하는 편리함에 이미 함몰되어버렸다. 전화기가 제공하는 교묘한 정보들에게 끌려 다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피리소리에 취해 맹목적으로 따라가다 물에 빠지는 쥐떼들처럼 되어가는 건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

전화기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다 보니 눈과 귀가 조금씩 퇴화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연을 바라보고 느끼고 만끽하는 것에서 멀어진다. 기계음이 제시하는 대로 듣고 영상이 이끄는 것만을 본다. 인간의 진화는 결국 문명의 이기들과 함께 해왔다. 전화기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빠르고 다양하게 진화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 문명의 이기들이 사람을 망치는 무기로 변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래저래 걱정이 늘어가는 세상이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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