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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오가닉 식품 먹어야 하나

그로서리 장을 보러 갈 적 마다 망설여질 때가 있다. 같은 상품인데도 오가닉과 일반상품이 나란히 진열된 앞에서 머뭇거림이다. 아내와 말다툼이 가끔 일어난다.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하여 오가닉 식품을 집어 든 아내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왜 같은 식품인데 구태여 더 비싼 오가닉을 장바구니에 담는 것이 주머니를 여는 입장에서는 사뭇 못마땅하다. 오가닉 표시를 부착한 제품이 우리 몸에 유익할 것이라는 짐작은 가지만 어쩐지 그들의 상술에 휘둘린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처럼 기분이 찜찜하다.

'USDA ORGANIC'은 최소 3년간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95% 이상이 유기농 성분인 제품에만 표시할 수 있다고 한다. 유전자 변형생물체, 방사선, 살충제와 농약의 사용은 유기농 생산에서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농무부는 제품의 유기농 성분 함량에 따라 유기농 라벨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색상으로 유기농 함량을 표시하는 것이 특징인데, 검은색 마크는 100% 유기농 제품, 초록색은 95% 이상 유기농 원료를 사용했다는 뜻이란다. 또 거기다가 부연 설명으로 70~95%이면 'Made with Organic'이라는 문구와 함께 세부 성분을 3개 이상 표기해야 한다는 대략적인 정의다.

일반 소비자가 어느 결에 검은색, 초록색 기억하고 그나마 몇 프로가 오가닉 성분인지 그 정확도를 가늠하기 힘들다. 오가닉 마크만 있으면 안전식품인줄 알고 구입한다.

비육불포(非肉不飽) 비금불난(非錦不暖).



인생이 노년기에 들어서면, 고기반찬이 아니면 배가 부르지 아니하고 비단옷이 아니면 몸이 따뜻하지 아니한다. 작고하신 선친이 연로하시며 들려주신 노인 공양의 원칙을 일러 주셨다.

그때 당시에는 끼니마다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고 철마다 갈아 입을 옷이 몇 벌이나 되었을까?

다행히 USDA에서는 우리의 먹거리를 감시하는 힘이 있어 오염된 불량식품의 리콜 보도를 자주 볼 수는 있다. 문제는 미국 FDA에서 의약품처럼 엄격한 임상실험이 아닌 느슨하고 애매한 규정에 따른 오가닉 표시에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느낌이다.

그러니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유기농 레이블의 신뢰성에 의문이 일고 어느 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소비자 대다수가 유기농 레이블은 그저 돈을 더 받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또 어느 전문가에 의하면 유기농 표시의 제품을 FDA에서처럼 철저히 확인 할 시스템이 없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존 스테인벡의 명작 '분노의 포도'에 그려진 1930년대의 미국도 지금처럼 풍요로운 미국이 아니었다.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민들의 힘겨운 세상살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었고 한반도 휴전선 이북 북한 땅은 평양을 제외한 시골 마을에는 성장을 멈춘 영양결핍의 인민들이 살고 있다. 이들에겐 유기농, 무기농 식품을 논 할 일이 아니다.

2차 대전 패색이 짙은 일제 말기에 주식인 쌀마저 공출 당하고 나면 뒷동산의 소나무 껍질을 벗겨 하얀 포피에 붙은 전분을 벗겨 쑥과 버무려 허기진 배를 채웠던 어려웠던 시대, 6.25 전란 시에도 대가족을 먹여 살려 주셨던 어머님, 아버님의 그 힘든 노고를 생각하면 오늘의 풍요로운 세상이 새삼 고마워진다. 오가닉 이라는 식품을 안 먹고도 아직까지 80년을 살아왔다. 마트에서 오가닉 제품을 집느냐 마느냐는 오직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윤봉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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