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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글 간판, 약인가 독인가

최근 뉴저지주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에서 열린 시의회에 참석했다. 2400만 달러 규모의 새해 예산안 등 중요 안건들을 심의 의결하는 자리였다. 회의 말미에 10명 가까운 주민들이 나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중에 블론디 머리에, 아담하고 곱게 생긴 미국인 할머니가 나와서 타운 업소들에 설치돼 있는 한글 간판(한글 전용 간판을 말하는 듯)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날 회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돌발적인 내용이라 다소 뜬금없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할머니의 제안에 대해 시의원들이나 타운 행정관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 잠깐이지만 썰렁한 정적이 흘렀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타운 상가 업소들에 한글 간판이 많은데 이걸 타운 정부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게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하면 시의회에 나와 동네 업소들의 한글 간판이 기분 나쁘다고 불평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할머니의 얼굴 표정과 어투로 봤을 때 두 가지가 느껴졌다. 하나는 왜 미국에서 살고, 미국에서 업소를 운영하면서 한글로만 쓰여진 간판을 다느냐 하는 것이었다. 참석한 한인들을 의식해 싫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불만을 내비친 셈이다. 또 한가지는 아쉬움이다. 타운 내 많은 한인 업소들이 한글 간판을 달고 있기 때문에 이용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다는 호소 비슷한 것이었다. 할머니라 아마도 집 가까운 업소를 이용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한글 간판이 한인사회에 경제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한인 고객들을 원활하게 유치할 수 있어 유리하다. 그러나 주류사회 주민들을 고객으로 흡수하는 데는 불리하기 때문에 업소의 매출에는 부정적이지 않을까 싶다.



문화적으로는 한글 간판이 즐비한 상가를 보면 한국의 영역이 확대되고, 한인들의 경제력이 확인되고, 어떻게 보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긍정적인 면이다. 그러나 반대로 주류사회 주민들 입장에서는 문화적 이질감을 느껴서,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먹는 거 같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감히 의견을 말하자면 한인 밀집타운의 한인업소, 특히 한인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업소라고 해도 한글 간판을 만들 때 3분의 2는 우리말 한글로, 3분의 1은 영어로 표기해서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주류사회 주민들 속에 드러나지 않지만 한글 간판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다. 한인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2세들을 포함해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호감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이 문제를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련 전문가들이 한글 간판의 경제적 문화적 영향을 탐색해 해결책을 찾는, 선제적 담론의 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박종원 /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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