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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AI 판사에게 재판받는 시대

7000유로(7840달러) 이하의 소액 재판을 받게 됐는데, 법정에 나오라는 연락이 오지 않는다. 판사의 얼굴을 볼 일도 없다. 판결 날짜가 잡히더니 휴대전화로 결과가 전해졌다. 북유럽 소국 에스토니아에서 몇 년 후 나타날 장면이다. 법무부가 정부의 데이터 담당 책임자에게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로봇 판사'를 설계해달라고 공식 요청했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가 개발 중인 AI 판사는 법률 문서와 관련 정보를 분석해 소액 사건의 판결을 내리게 된다.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 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인간 판사'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소액 사건을 AI에 맡겨 판사의 업무량을 덜어주면서 더 큰 규모나 중요한 재판에 집중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초기 개발 단계이지만 5월께 프로젝트의 윤곽을 발표할 예정이다. AI 기술이 확산하고 있지만, 국가가 재판에 도입하겠다고 나선 사례는 처음이다.

인구가 140만 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는 정부 기능을 디지털화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2002년 전자신분증을 도입했고, 외국인도 원격으로 신분증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정부 서비스 중 AI가 맡는 일도 많다. 농업보조금을 지원받는 농가들이 정부 보조 규정에 맞게 경작을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AI가 위성 이미지를 스캔해 적합 여부를 판별한다. 노동 분야에서 AI는 정리해고된 이들의 이력서를 파악해 적당한 직업을 찾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에서 미세먼지가 골치인데, 이 나라에선 대기 오염을 줄이는 데도 AI를 동원한다. 기업 등의 에너지 소비 자료를 실시간 분석해 남는 전기를 대형 배터리에 보관하고, 오염원 배출이 가장 적은 생산처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결정을 내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덴마크 정부도 에너지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이런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것을 유도 중이다.



AI의 발전은 두려움도 안겨 준다. 2016년 글로벌 조사에서 응답자의 60% 이상이 로봇이 향후 10년간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AI가 불량이 나거나 과학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지면 실패를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자율주행 차가 갑자기 보행자를 향해 핸들을 꺾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AI를 '악마의 소환'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는 이미 '로봇법' 제정에 나섰다. AI 차량이나 기계가 사고에 연루되면 책임 소재를 정하기 위한 목적이다. 싫든 좋든 AI의 시대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김성탁 / 한국 중앙일보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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