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여행 시대

많은 사람이 여행을 간다. 역사상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는 때는 없을 듯하다. 꽤 많은 나라가 그리고 그 나라의 여러 동네가 구경 오는 사람들로 먹고살고 있다. 때로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불편해지고 그곳의 자랑이 훼손되기도 하여서 들어오는 사람을 제한하는 곳도 생겼다. 여행의 부작용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는 여행이 특별한 활동이 아니고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의 범주에 들어있는 듯하다. 그래서 여행가, 여행 전문가, 여행안내자 같은 직업도 생겼다. 예전에는 그리 편하지 않은 탈것을 이용하거나 두 다리로 걸어서 돌아보는 여행이었고 문득 어느 고장에 들른 나그네의 표정으로 여행지를 살펴보았다. 여행이 주목 받는 때를 맞은 지금은 자기 취향대로 여러 가지 형태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등 짐 지고 걸어 다니며 볼 수도 있고 자전거 타고 다녀볼 수도 있다. 자동차로 듬성듬성 유명한 곳을 찾아볼 수도 있고 비행기를 이용해 멀고 먼 나라도 가깝게 가 볼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여유 있게 여기저기를 돌아볼 수도 있다. 직접 알아보고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필요한 모든 것을 대신 해주는 여행사라는 사업도 번창하고 있다. 무엇을 찾아보아야 할지 당황할 필요 없이 여기저기 알뜰하게 안내해 주는 안내인 덕분에 고생 없이 알찬 구경을 할 수도 있다. 옛날에는 아주 부러운 명칭이었던 세계 일주라는 말도 이제는 그다지 신기한 것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어느 곳이든지 가볼 수 있다.

이런 여행 유행 시대를 맞아 이 유행에 편승할까 말까 하는 오히려 생각해 보게 된다. 생각 없이 유행을 따르는 것에 약간 거부감도 있고 또 수많은 영상 자료 제공 매체가 전 세계 구석구석을 비추어 주고 있어 직접 가보지 않아도 가 본 것처럼 간접 체험이 풍부하다. 어떤 경우에는 처음 가보는 유명 관광지가 몇 번 와보았던 것처럼 첫 만남의 감동이 그리 크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한다. 때로는 아름답게 채색된 영상미에 매료되어 직접 가서 보니 오히려 실망감이 더 큰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여행자가 넘쳐 나고 있어 참으로 많은 사람이 여행에 관하여 글을 쓰기도 한다. 그곳에 가려면 이런 요령으로 가보시오 하는 안내에서부터 그곳의 돌기둥은 이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해설도 있고 그곳의 삶은 이런 배경을 갖고 그렇게 만들어지고있다고 열어 보이는 설명도 있다.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듣고 만나야 하느냐는 질문이 여행을 생각하면 언제나 떠오른다. 그저 신기한 것 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이런 삶도 있었다고 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혀가야 할 것인가. 내가 살아온 땅과는 다른 세상을 만나 보고 내가 살아온 시간과 공간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는 슬픔과 기쁨을 공감해 보며 세계의 색깔을 모색해 볼 것인가. 지구 저편의 일이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먼 나라의 한 개 사건이 내 사는 곳에서도 중요한 사건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서서 싫으나 좋으나 모두가 한동네 사람 같아진 지구촌과 그곳을 돌아보는 여행 시대를 여행하여 보며 답을 찾아본다.




안성남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