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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나의 안식일(My Sabbath Day)

반가운 메일이 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2019년 모든 뉴저지 구세군 사관들에게 4번의 안식일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소식이었다. 계절마다 한 번씩 안식일이 추가로 주어지는 셈이다. 그 첫 번째 날이 2월 15일 금요일이다. 추가로 주어지는 안식일에는 사관 개인을 위해 자유롭게 영적 혹은 정신적 유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큰 선물일 수도 있고 작은 선물일 수도 있다. 선물(膳物)로 주어지는 안식일을 어떻게 사용할까 마음이 좀 흥분되었다. 결국은 매우 유익하게 만족한 안식일이 되었다.

금요일 아침 사무실에 나가 한두 가지 급한 일들을 처리하고 마실 물과 빈 노트와 펜을 챙기고 혼자 자동차에 올라탔다. 지도에서 보았던 북쪽의 한 작은 호숫가를 찾아가기로 했다. 빽빽한 건물들을 지나고 도심을 빠져나와 시골길로 들어서기까지 1시간 반을 천천히 달렸다. 나의 일상의 범주를 벗어나는 데는 이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사방이 눈에 덮여 있었는데 다행히도 호수 앞 주차장은 눈들이 치워져 있었다. 사방은 고요했고 차가운 날씨에 햇살은 따스했다. 차 안으로 따스한 햇살이 밀려 들어왔다. 그 안에서 따뜻한 온기가 사라질 때가지 평안(平安)한 하루를 보냈다.

선물 주어진 안식일에 나는 금식(禁食)을 하며 감사와 기쁨으로 주인 되신 그 분을 바라보았다. 몸도 편안했고 마음도 편안했다. 내 안에 모든 것들이 안식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얼마나 귀한 지 양팔을 넓게 벌리고 햇살을 크게 품고 한참을 감사하며 기뻐하였다. 편하고 맑은 정신으로 아름다운 호수와 작은 산들과 하늘과 구름들을 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내려주신 하나님을 품었다. 늦은 오후가 되었을 때 내가 품었어야 할 사람들이 보였다. 보이지 않는 곳 찬바람이 지나는 그늘 속에도 나의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안식일을 통해 빈 마음에 하늘의 안식이 임하니 저들도 주님의 안식으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늘의 은혜가 임하니 지친 몸이 회복되었고 내일을 위해 걸어갈 준비가 되었다.

안식일을 신학적으로 교리적으로 논증(論證)하려는 자들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보이는 듯하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안식을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가를 좀 나누고 싶을 뿐이다. 미국의 구세군 사관은 공무원에 준하는 휴가기간이 있다. 이 정도면 상당한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제도(制度)이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현장에서 사역을 하는 한인사관들 중에 휴가를 다 사용하는 자는 거의 없다. 개인의 자유와 유흥이 우선이 아니고 교회 가족의 안위(安慰)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공휴일도 본인만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할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자유롭게 하나님 안에서 온전한 안식을 누리고 싶다는 열망(熱望)이 있기 마련이다.



구약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토요일에 안식일을 지켰다. 안식일의 은혜를 누린 것이 아니라 의무감을 가지고 형식(型式)을 지킨 것이다. 진리의 본체(本體)되신 예수께서 율법의 본 정신을 알려주셨는데도 안식일을 그렇게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대판 율법주의자들이 있는 것 같다. "안식일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안식일에도 주인이 되신다(마가2)."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는 참 안식을 누리는 자이다. 토요일만 고정해서 안식일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리스도 밖에서 작은 우상을 만들어 섬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 주일에 안식을 누리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고 놀라운 특권(特權)이다. 수요일이든 금요일이든 그리스도 안에서 나의 안식일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율법을 통해서 우리는 형식과 그릇을 보지만 은혜의 복음을 통해서 그 안에 담을 내용과 본질을 본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들이 형식과 그릇만을 주목하고 있다면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참된 안식일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이며, 치유받고 회복되는 시간이며, 내일을 위해 준비되는 시간이다. 마지못해 지켜야 하는 짐이 아니다. 누리라고 주시는 하나님의 귀중한 선물이다.


최 다니엘 / 뉴저지 잉글우드 구세군교회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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