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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팝의 반란

김건모가 가지고 있던 최대 음반 판매 기록이 얼마 전 깨졌다는 뉴스를 들었다. 지난 4월 출시한 음반이 340만 장이 팔려나갔다는 BTS 이야기다. 24년 동안 이어지던 김건모가 음반의 시대에 정점에 있지만, 요즘 누가 CD를 구입해 컴퓨터에서 파일로 만들어 휴대폰에 옮기는 귀찮은 일을 하겠는가. 최근에는 CD 플레이어도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러, 컴퓨터 CD롬도 없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모든 거래 수단은 음원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날로그적인 향수라도 불러올법한 LP에 클래식 판을 걸고 기분을 내보면 좀 달라질까? 몇 백 년 된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음악은 아무리 들어봤자 별 매력을 못 느낀다. 큰 맘 먹고 스타 연주자가 등장한다는 음악회에 가봐도 중간중간 꾸벅거리며 졸음을 이기지 못하는 관객들을 보는 것 역시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이 바닥을 지켜보겠다고 뭔가를 열심히 해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예 궤도를 과감히 수정하여 팝 음악이나, 뮤지컬 쪽으로 방향을 틀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실제로 동료들 중에는 아예 영화음악이나 뮤지컬, 대중 가수와 함께 세션으로 함께 장기 공연이나 투어를 다니며 커리어를 쌓아가기도 한다. 클래식을 공부한 모든 사람들이 대학 교수나, 연주 투어를 다니는 콘서트 아티스트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프로 합창단이나 연주 단체들이 시즌을 꾸릴 때 팝 음악을 연주하는 공연을 빼놓지 않는다. 오케스트라에 전자드럼, 일렉기타와 같은 전자 악기들이 동원되고, 생목이 아니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가수는 엄숙했던 연주장 분위기를 청중들의 환호로 능숙하게 유도한다. 아예 팝스콘서트를 전문으로 하는 클래식 연주단체가 있는가 하면, 대형 녹음 스튜디오에 상주하며 영화나 광고에 사용되는 음악만을 연주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의 대부분은 클래식 음악 쪽에서 대중음악으로 넘어오는 한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대중가요를 묶어 음반을 내는 일은 있어도,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가 아름다운 한국 가곡을 골라 앨범을 출시하는 일은 거의 없듯이, 팝 음악에서 클래식을 다루려는 시도는 거의 보질 못했다.

정재형이라는 가수가 있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던 시절부터 베이시스라는 팀을 만들어 실력파 음악가로 이름을 알린 이후 지금까지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자리매김을 해오는 인정받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망가지는 그의 모습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를 개그맨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음악과 방송을 병행하는 엔터테이너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엊그제 우연히 그의 최근 앨범을 접했다. 흰 바탕에 흑백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멀찍이 담은 표지였다. 큰 기대 없이 첫 곡을 들었다. 요즘 활동하는 젊은 남성가수가 담담한 피아노에 의지해 발라드 노래를 부른다. 다음 역시 피아노 선율이 먼저 흘러나온다. 그런데 이번엔 목소리가 아닌 가녀린 바이올린의 등장이다. 그렇게 5분 여가 지나고, 다음에는 피아노와 첼로 독주, 그 다음 곡은 비올라가 연주한다. 각 곡마다 중간중간 오케스트라가 두 악기들의 대화를 찬연히 돕는다.



편견을 지우고 음악만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이 음악을 들은 사람은 그 누구도 팝 음반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매우 클래시컬한 프렌치 작품처럼 들리다가도 교묘하게 경계를 넘어가는 듯한 순간에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과장을 약간 보탠다면 신선한 충격이다.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 어떤 부류에 속하는 음악이라 말하기 곤란한 지경에 빠뜨리고 만다. 역량도 있고 깊이도 갖춘 음악가들이 리그를 바꿔 또 다른 환경에서 존재감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한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시장에도 큰 유익이다. 어느 한쪽에 편들지 않겠다 작정한 듯 자랑스럽게 등장한 이 음반에 놀란 이유이다. 이런 종류의 반란은 언제나 대환영이다.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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