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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캐나다<3>-몽환의 숲, 오감이 열린다

아침 산행을 위해 밴프에서 재스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30분쯤 달리다 작은 길로 빠졌다. 캐슬 산이 시야를 가로막을 무렵, 협곡의 입구에 다다랐다. 이른 시간인지 등산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로키산맥의 안쪽으로 인도하는 이 협곡에 붙은 '존스턴'이란 명칭(Johnston Canyon)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아메리카'가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에서 유래했듯, 최초로 이곳을 발견한 백인이 존스턴이었을 뿐이다.

그는 19세기 후반 골드러시가 유행할 당시, 금을 쫓아 캐나다 서부로 발길을 옮긴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결국 재물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후대까지 명예로운 이름을 남길 수 있었으니 헛된 삶은 아니었던 듯하다.

주차장에서 만난 가이드 '에바'는 인사를 나눈 뒤 불현듯 발 크기를 물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스파이크가 박힌 신발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을 중시하는 그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덜컥 겁이 났다.



여름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산장을 지나자 표지판이 최종 목적지인 어퍼 폭포(Upper Falls)까지는 2.6㎞가 남았다고 안내한다. 1시간이면 충분한 비교적 쉬운 트레킹 코스다. 사람 키의 몇 배는 될 만한 아름드리 침엽수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거대한 삼림욕장에서 묵은 때를 털고 신선한 공기로 폐와 정신을 채웠다.

자연으로 향하는 길

에바의 예상처럼 계곡의 응달진 부분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지만 산책로는 모두 녹아 안전했다. 나무가 무성한 바위 틈 사이로 흐르는 계수는 투명하지 않고 물감을 푼 것처럼 진한 초록빛을 띠었다. 산을 오르니 계곡을 따라 수직으로 벼랑이 위태롭게 솟아있다. 존스턴 협곡은 물에 약한 석회암 지대라 지금도 계속해서 골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간혹 석회암 바위에 남아 있는 산호 화석은 과거에 이곳이 해저지층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부도 예전에는 바다였다는 말을 언뜻 들은 적은 있지만, 로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족히 1000m는 넘게 융기한 흔적이 훈장처럼 선연히 새겨져 있었다. 자연의 놀라운 힘에 경외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앨버타 사람들은 존스턴 협곡의 생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그대로 방치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나무줄기가 애처로이 쓰러져 있어도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루터기가 작은 생명체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데다, 훗날 '자연스럽게'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고 회복되리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협곡에서 마주치는 다람쥐는 인기척을 두려워하거나 경계하기는커녕 먹이를 얻어먹으려는 듯 행인을 살폈다. 하지만 에바는 이 녀석들에게 먹이를 준다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상실하고 다른 개체에 의존하기 시작한 동물은 '야생'이 아니라 애완동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불쌍해도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인 셈이다.
산행이 중반을 넘어서자 이내 작은 폭포가 나타났다. 어퍼 폭포까지 가려면 6개의 폭포를 거쳐야 하는데, 그 중 첫번째였다. 한여름에도 7℃를 넘지 않을 정도로 항상 싸늘한 냉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존스턴 협곡에서 가장 멋진 경치를 자랑한다는 로어 폭포(Lower Falls)는 이제 막 겨울에서 벗어나 아래로 거칠게 물을 쏟아 부었다. 물이 빚어내는 장쾌한 소리는 사방으로 울려 퍼져 대지를 뒤흔들었다. 낙하한 폭포수는 웅덩이에서 빙글빙글 회오리처럼 돌다가 물길을 따라 내려갔다. 수천 년 동안 반복돼온 이러한 흐름이 이곳에 구멍을 새기고 돌을 깎아 협곡을 만들었을 것이다.

폭포를 하나둘 지나치자 주위가 점점 조용해지고 어두워졌다. 신기하게도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뭇가지에는 말총같이 생긴 털들이 붙어 있다. 버섯처럼 다른 식물에 기생하는데, 이끼의 일종이라고 했다. 축 늘어진 모양새가 징그럽기도 하지만 공기가 얼마나 맑은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대기가 오염되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독특한 식물이다.

어렵사리 어퍼 폭포에 오르자 종착역까지 무사히 온 것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눈에 띈다. 폭포의 얼음은 반쯤 녹아서 빙하수가 계속 떨어졌지만, 한편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얼음덩어리가 여전히 바위에 엉겨 있었다. 처음부터 준비성이 철저했던 에바는 레모네이드와 쿠키를 건넸다.

30m의 낙폭을 자랑하는 폭포는 이제 빙벽 시즌을 끝내고 트레킹 마니아들을 맞을 것이다. 자연과 대화하고 호흡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부딪는 산행은 원시적이고 세련되지 않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를 해하지 않는 가장 친밀한 방법이기도 했다.

▲ 여행정보 = 렌터카 여행자가 아니라면 존스턴 협곡으로 가기가 쉽지 않다. 밴프에 있는 트레킹 여행사에 문의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 밴프와 재스퍼에는 트레킹 이외에도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있다.(연합르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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