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괴물 감독 봉준호, 괴물과 가상 대담

괴물 사람 납치하고, 한강 다리서 철봉하고 … 제가 무섭죠 ?
봉준호 19년간 나를 놓지 않은 꿈, 그게 무섭지



꿈은 누구나 꾸지만, 누구나 꿈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봉준호(37.사진)감독은 해냈다. 그것도 '잘' 해냈다. 그가 아파트 창문 밖으로 잠실대교를 기어올라가는 괴물을 본 것은 고교 3학년 때.

수험생의 백일몽이었을지 모를 이 장면을 그는 나중에 감독이 되면 영화로 만들리라 결심했다. 그의 세번째 영화 '괴물'(27일 개봉)은 첨단기술로 빚어낸 괴물을 지극히 한국적 유머.가족애와 흥미진진하게 결합했다. 그와 나눈 얘기를 극중 말 못하는 괴물과의 대화로 재구성한다.



-제 아버지 맞죠? 19년 만에 저를 낳은.

"그런 셈이지. 널 그린 디자이너 장희철이 어머니고. 본격적인 영화화 결정은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 쓸 무렵에 했어. 실은 2000년 맥팔랜드 사건(미군 영안소 부소장 맥팔랜드가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무단방류한 사건)이 결정적 계기야. 이건, 한강에 괴수가 나오는 내 영화의 오프닝을 위한 사건이다 싶었어. 괴수 영화에는 으레 탄생 배경이 나오잖아. 핵심 줄거리는 가족 얘기를 하고 싶었고."

-제가 한강변에서 중학생 현서(고아성)를 납치했다고, 저랑 싸우는 그분들요? 척 보면 대단치 않던데.

"맞아. 다른 괴수영화처럼 과학자.군인이 아니라 보통 가족, 아니 보통에도 못 미치는 한심한 가족이지. 대개 엄마들이 현명하고, 남자들은 잘난 척 허세를 부리는데 이 가족은 엄마가 없어. 그래서 더 한심한지도 몰라.

현서 아빠(송강호)가 제일 그렇지. 할아버지(변희봉)는 아직도 그런 아들 뒤치다꺼리를 하고. 삼촌(박해일)은 불평불만 많은 투덜이 대졸 백수지. 아마 대학 때 변두리 운동권이었나 봐. 고모(배두나)는 실제 양궁선수들을 많이 참조했어. 정신집중이 중요한 스포츠잖아. 혼자 딴생각하느라 남들을 못 쫓아갈 때가 많은 성격이지. 현서는 어른 배우들 앞에서도 절대 주눅 들지 않는 당찬 면을 살렸어."

-출연료(약 50억원)는 제가 제일 비싸잖아요. 근데 전 이름도 없고, 성격도 잘 드러나지 않아요. 한강변을 내달리고, 한강다리 밑에서 철봉하듯 오가는 액션연기는 저도 진짜 실감나고 멋지게 잘했는데.

"관객의 감정을 가족들에게 모아 주려고 했어. 세상의 도움을 못 받고 고립된 채 처절한 싸움을 하는 가족들이잖아. 네 이름은 태풍에 여자이름 붙이듯'1호 괴물 영순'으로 할까도 했었지. 하지만 이름의 이미지에 규정되는 게 싫었어. 넌 눈으로 볼 때의 존재감이 제일 중요하단다."

-의외로 웃기는 장면이 많아요. 주로 대사죠. 할아버지가 "자식 잃은 아비의 속내를 아느냐, 그 속썩은 냄새가 십 리를 간다"고 일장연설을 할 때도 그래요. 심지어 엿들은 나도 가슴 찡했는데, 정작 자식들은 졸던데요.

"출연진의 연기력이 수준급이니까 대사 위주의 유머가 가능했지. 습관.말투를 너무 잘 아는 배우들이라 맞춤형으로 시나리오를 썼어. 인물이 너무 정색하고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장면은 내가 오래 참질 못해."

-저를 만든 기술력은 첨단인데, 영화 속 공권력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요. 그 난리통에도 뇌물이나 챙기려 하고.

"최첨단 SF에 구질구질한 한국적 리얼리티를 넣었다는 얘기지? 그런 부조화가 내 취향인가 봐. 상황도, 인물도 우리가 겪음 직하지 않으면 재미없잖아."

-참, 제가 영화 아주 초반에, 그것도 대낮의 한강시민공원에 나타나잖아요.

"괴수영화면서도, 그 관습을 깨고 싶었어. 으스스한 하수구에서, 네 꼬리 보는 데 30, 40분 걸리는 건 싫었어.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잖아. 빨리 등장하고, 그 다음 일이 중요하다 싶었지."

-몸값에 비해 제 몸이 너무 작은 건 아닌가요.

"네 어머니 장희철이 그랬어. 송강호와 맞서는 게 어울리는 괴물이어야 한다고. 네 크기에 따라 영화의 현실성이 달라진단다. 반포대교 부수고, 63빌딩 무너뜨리는 게 아냐. 가족 얘기니까."

-저를 낳는데 제일 힘들었던 건 뭐예요.

"원래는 뉴질랜드의 웨타디지털에 맡길까 했어. 함께 1년 가까이 컴퓨터그래픽을 의논했지. 근데 막판에 최종 견적을 너무 높게 부르더라. 다행히 미국의 오퍼니지랑도 미리 의논을 해둔 덕에 그쪽에 맡길 수 있었다.

오퍼니지는 참 열정적으로 일을 해줬어. 일주일에 하루 '한국의 날'을 정해 소주 문화까지 익혔으니까. 네 몸값이 한 장면에 3000만원이잖아. 그 비용 감안해 장면의 강약 조절하랴, 촬영 준비하랴, 나 참 힘들었다."

-제 얼굴은 왜 미리 안 보여줘요.

"절대 안 돼! 정지된 모습은 초라해 보이잖아. 음향 갖춰 움직이는 걸로 봐야지."

-다른 배우들처럼, 저도 아빠 영화에 또 나오나요.

"전혀 아니지. 다른 젊은 감독들이 속편을 만든다면 몰라도. 난 하고픈 다른 영화가 너무 많아. 미국은 어때? 할리우드가 리메이크에 관심이 많은데."

▶관계기사
한국적 괴물 드디어 등장
http://www.joongang.ca/bbs/board.php?bo_table=T1004&wr_id=1471


글=이후남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