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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이라고? 비평이 아니라 독설이다"

배우 이범수 단독 인터뷰
10년 단역 '눈물 젖은 빵' 경험
기획사 대표 활동…후배에 투자
11월부터는 감독 수업도 받기로

"10원 있는데 100원 있는 척하고 싶지 않다."

배우 이범수(46)는 경영 철학을 묻는 질문에 영화속 대사처럼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취임해 매니지먼트사 사장님이 됐다. 테스피스는 문헌 기록상 최초의 배우라고 한다. 왜 연기를 하는지 잊지 말자는 초심이 회사 이름에 담겨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홍보차 LA를 찾은 그와 지난 13일 리비에라 컨트리 클럽에서 만났다. 3시간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인천상륙작전은 '국뽕(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 국가주의를 비꼬는 말)'이라고들 한다.

"인정할 수 없다. 비평이 아니라 불평이고 독설에 가깝다. 영화의 완성도나 구성력을 지적한다면 그 비난은 달게 받겠다. 그런데 정권 눈치만 보고 극우를 위해 만든 영화라는 일방적 비난은 불편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시간을 쏟은 영화다. 그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이 담겨 있어야 건강한 비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인가.

"개인적으로 역사를 배웠다. 인천상륙은 연합군에 의한 일방적 작전이 아니었다. 인천 지역민들을 비롯한 국군의 활약이 뒤에 있었다는 것을 공부했다. 역사적 자긍심이다."

-왜 배우가 됐나.

"멋져보였다. 17살 때였는데, 영웅본색과 롱코트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인간을 표현하는 고된 직업이라는 걸 깨달았다. 배우는 인간탐구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데뷔 27년차다. 언제까지 무명이었나.

"태양은 없다(1999년) 출연 전까지 거의 한 10년 정도 단역만 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무명 이범수의 배역은 경찰 2역, 선글라스 사내역, 호프집 종업원 1역 등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짠하다."

-'눈물 젖은 빵' 기억은.

"데뷔 초 모 방송국 PD를 소개받았다. 취미 등 한 100문제 정도 질문지를 주더라. 써냈더니 한 시간 정도 테러를 당했다. '니가 키가 크길 하나, 서구적으로 생기길 했나'하면서 면박만 받았다. 방송국 로비를 나오면서 서러워 울었다. 2006년 그 방송국 로비에서 그 PD를 다시 만났다. 악수를 건네는 데 안 했다. 나름대로 복수였다.(웃음)"

-뜨고 나서도 힘들었나.

"오히려 더 고민이 많다. 한 2년 전부터다. 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문득 동년배 배우들이 하나씩 안보였다. 연기력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잊혀지고 있는 게 안타깝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뜬 배우와 뜨지 못한 배우의 차이는.

"내 생각엔 '연기'냐 '인기'냐를 묻는 질문과 같다.이 직업의 모순이 두 단어가 같은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답이 없다."

-가장 아끼는 작품은.

"태양은 없다와 슈퍼스타 감사용(2004년)이다. 1승도 하지못한 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같다. 누구나 단 한 번이라도 이기고 싶지 않나. 소박한 꿈인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엔터테인먼트사 대표다. 경영 철학이 있나.

"진심으로 사람이고 인간애다. 가진 게 10원 있는데 100원 있는 척 안하고 싶다. 주가 높이고 투자자를 끌어모으려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 후배들에게 투자하고, 멀리 보겠다."

-다들 그렇게들 말한다.

"우리 회사는 다르다. 드라마와 영화를 자체 제작한다. 외부 영입 안해도 소속사 신인들을 키울 수 있다. 또 다른 회사들처럼 간판 스타 1명 키우자고 나머지 연기자들을 상처주지 않는다. 후배 연기 지도도 내가 직접 한다. 사람이 우선이다."

-영화는 무엇인가.

"재미고 오락이다. 그럴 듯한 포장은 싫다. 심오하게 훈계나 하기 보다 소소한 깨달음을 주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라이벌이 있나.

"있다. 그런데 말 못한다. 닮고 싶은 배우는 말론 브랜도다."

-요즘 '소다 남매' 아빠로 더 유명하다. 아이들 이름이 예쁘다.

"큰 딸은 소을이고, 막내 아들은 다을이다. 소을은 '비단 소, 소리 을'을 써서 비단 소리라는 뜻이다. 다을이는 차(茶) 다로 굳이 풀이하면 차 따르는 소리다."

-좌우명은.

"성경 구절이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다. 왠지 내 얘기 같아서 용기를 얻는다."

-어떤 배우가 되려고 하나.

"언제 그만둬도 웃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슈퍼스타 감사용처럼 나도 인생에서 단 한번의 승리에 목말랐던 사람이다. 지금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한인 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자주 미국에 올 것 같다. 11월에 감독 수업을 받으러 할리우드에 온다. 소니측의 제안으로 한 달 정도 미 전역의 영화 제작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공부한다.혹시 만나면 반갑게 맞아 달라."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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