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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그들은 '개고기 식용'을 벼르고 있다

정구현/사회부 부장
정구현/사회부 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6/08/20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8/19 21:29

잔뜩 벼르고 있었다. 개고기 식용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논리적으로 붙어보고 싶었다.

때마침 삼복더위를 통과하고 있었고 매년 이맘때 그래온 것처럼 그들은 LA총영사관 앞에서 개고기 반대 시위를 했다.

지난달 28일 동물보호단체 '동물의 마지막 희망(LCA)'을 찾아간 배경이다. 벼르던 차였기 때문에 취재를 위해 사전 질문지부터 만들었다. 사회부 기자 전원에게서 각자 1~2개씩 질문을 받았다. 상대방도 단단히 대비하는 눈치였다. 방문 전에 미리 취재 의도를 확인했다. '기사 방향이 개고기 식용에 대해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 알고 싶어했다.

이틀이 지난 뒤 웨스트 할리우드에 있는 LCA의 사무실에서 크리스 드로즈(68) 회장과 마주 앉았다. 20여 개 든든한 질문 '총알' 덕분에 인터뷰가 오히려 기대됐다.

그런데 그가 악수와 함께 건넨 인사말 한마디에 질문은 무용지물이 됐다. "난 38년간 고기를 먹지 않은 채식주의자다. 감안하고 들어달라."

점입가경의 상황은 그가 A4용지 10여장을 꺼내들면서 벌어졌다. 드로즈 회장은 예상 질문에 맞춰 미리 답안지를 작성해 놓았다. 그는 웃으면서 "한국인들이 얼마나 강하고 포기하지 않는지 잘 알고 있다"고 질문지를 미리 쓴 이유를 에둘러 표현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는 2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상대방에 대비한 사람들 사이의 문답은 미리 짜인 각본과 다름없다. 하지만 질문 총알보다 그의 답변 방패가 훨씬 강했다.

21살에 뉴저지 경찰이 돼서 30대에 할리우드 배우로 출세했고 40대에 동물보호가가 되면서 동물학대 고발을 전문으로 한 탐사보도 기자로 현장을 누벼온 그다. LCA의 주된 역할도 동물학대 현장을 취재해 미디어에 폭로하는 것이다. 내공에서 밀리는 건 당연했다.

'개고기는 우리 문화'라는 뻔한 질문에 그는 '혀끝의 맛을 위해 고래를 사냥하고 거위 간을 불리고 상어 지느러미를 자르며 개를 몽둥이로 죽을 때까지 패는 것이 문화적 전통인가'로 반문하는 식이었다.

또 '왜 한국인들만 문제삼는가'라고 따지자 '우린 캐나다 중국 멕시코 전세계에서 100여 차례 동물 학대를 고발했다. 당신이 한국인이건 프랑스인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인간의 악한 행동을 폭로할 뿐'이라고 했다.

상대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는 나보다 몇수 더 앞을 보고 있느냐를 깨닫는 순간이다. 드로즈 회장은 다음 전략으로 "미국내 한국 대기업 영업소 앞에서 개고기 도살 장면 영상을 틀겠다"고 했다. 한국인이라면 그 끔찍함을 다 안다. 현대차 딜러 앞에서 그 영상을 틀었을 때 차를 사러온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안 봐도 뻔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인타운 중심 도로변 대형 빌보드에 개고기 식용 반대 광고도 게재한다고 했다.

인터뷰 기사의 애초 기획 의도는 그들의 어설픈 서구 우월주의를 몰아붙이고 싶었다. 그런데 상처투성이가 된 것은 이쪽이었다.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들에게 '소나 돼지는 되고 왜 개는 안되냐'는 반박은 의미가 없다. '전세계 모든 동물이 우리(cage)에서 해방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한다'는데 '왜 개고기 가지고 시비냐'고 따져묻는 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LCA는 한국 정부에 개 도살 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법을 제정하고 안하고의 문제보다 시급한 것은 '한국인=개고기 식용'이라는 프레임의 공식이다. 그들과의 대화를 무시하거나 시위를 방치하거나 혹은 타이르는 것은 대응책이 아니다. K팝 K푸드를 접한 세계인들이 개고기 도살 영상을 떠올리게 된다면 국가적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이미 다음 전략까지 세워놓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전략은 무엇인가.

잔뜩 벼르고 있는 건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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