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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조약'이냐…'갑의 탐욕'이냐

하이트진로 소송 내막
진로측 "전 법인장과 짜고 벌인 사기 계약"
한인 업주 "운영권 뺏으려는 대기업 횡포"
진로본사 박문덕 회장 재가한 직인이 관건

하이트진로 미주법인(임규헌·이하 진로)과 한인 유통업체 하이트USA(대표 이덕)간의 소송이 주목을 끌고 있다.

30일 하이트USA측이 1년 가까이 보관해온 진로 소주와 하이트맥주 등 재고 60만 병을 창고 밖으로 꺼내 사실상 폐기 <본지 8월31일자 a-1면> 하면서다.

법적으로 버릴 수도 팔 수도 없고, 무료로 공급할 수 없다. 이에 하이트USA측은 이 재고량을 진로 측에 싼 값에 되사가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소송 전 사업 구조=이덕 대표와 진로와의 인연은 1988년 이 대표가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조선맥주에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97년 당시 조선맥주 LA지점장으로 발령받아 현재 하이트맥주의 미주 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그러다 하이트와 진로가 합병하기 2년 전인 2003년 이 대표는 하이트USA라는 주류 유통업체를 따로 설립한다. 이 대표는 "하이트 본사에서 LA지점 철수가 논의돼 차라리 독립해 본격적으로 유통 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맥주 유통계약을 하이트측과 체결했다.



이후 하이트와 진로가 합병한 지 1년뒤 인 2006년 이 대표는 통합 미주법인 진로아메리카의 법인장으로 조직에 복귀했다.

이듬해인 2007년 이 대표는 법인장에서 사임하면서 진로 측과 유통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4년 기한으로 하이트맥주의 북미 지역 단독 유통권과 진로 소주의 일부 지역 유통권을 넘겨받는 것이 골자였다.

▶소송 배경=양측간 법정 공방은 2014년 9월 진로 측이 하이트USA를 상대로 유통권 계약 해지 및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진로 측은 2007년 하이트USA와 맺은 미주지역 유통 계약이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덕 대표가 미주내 유통 판권을 지키기 위해 사기와 속임수, 뇌물 공여 등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소장에 명시했다.

이 대표는 즉각 맞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그는 "내게서 유통권을 빼앗기 위한 대기업의 '탐욕(greed)'"라고 주장했다. 제조업체 '갑'이 유통업자 '을'을 상대로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불공정 조약 vs 갑의 횡포=소송의 최대 쟁점은 계약의 불공정 여부다. 진로 측은 소장에서 계약조항 3항(지속 기간)과 13항(계약 종료)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두 조항을 종합하면 이렇다. '계약은 4년 만료 후 자동으로 갱신된다. 특별한 이유없이 어느 쪽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다'.

진로측은 이 계약서가 "이 대표가 진로의 당시 민병규 법인장과 꾸민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트USA에 유리한 계약을 만들기 위해 이 대표가 민 전 법인장에게 정기적으로 매달 2000달러의 뇌물을 줬다고 소장에 명시했다.

이 대표 측은 돈을 준 것은 시인하면서도 판촉비 명목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 법인장이 손님 접대를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하이트맥주 취급 업소를 찾을 때마다 팁을 주라고 건넸다는 주장이다.

또, 그 대가로 유리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4년 자동 재갱신 계약'은 한국 본사 하이트진로의 박문덕 회장의 허가 하에 이뤄진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이 대표는 법원에 증거서류(Exhibit A)로 '계약해지합의서(Termination Agreement)'를 제출했다.

3페이지 분량의 합의서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의 종전 계약을 종료하고 신규 유통 계약(4년 자동 갱신)을 허가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장에는 하이트맥주주식회사 박문덕 대표이사와 주식회사 진로 윤종웅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혀있고, 이 대표와 미주법인 진로아메리카의 당시 최상열 법인장이 서명했다.

이 대표는 "재계약 당시 미주법인의 약속만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서울로 가서 계약 내용을 회장님께 재약속 받은 증거"라며 "대기업들이 그동안 한인들이 일군 일터를 통째로 빼앗은 경우를 수도 없이 봤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을의 입장에서 생업을 지키기 위한 계약이었다는 주장이다.

진로 측이 접수한 소장에는 박 회장 등의 직인이 찍힌 이 증거 서류가 빠져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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