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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정부-업체 '8년 커피소송' 끝나나

'암유발 물질 1000가지 중
한가지라도 포함됐으면
암 유발 가능성 표시해야'
연방법원 연말 판결 가능성

'커피 소송 전쟁'이 8년째 소리없이 계속되고 있다.

발단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식료품에 '암 유발 경고' 표시를 강제하는 '주민발의안 65' 때문인데 이 발의안은 1986년 가주 주민투표를 통해 통과됐다.

이 가주법은 주정부가 만든 1000가지의 암 유발 가능성 화학물질 리스트 중 한가지라도 포함된 제품이 있을 경우 관련 경고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일부 한국 김 제품에도 이미 '암 유발' 가능성을 고지하는 안내문이 게시된 바 있다.



규정의 핵심은 '알 권리'다. 질병 유발 '가능성'을 커피 소비자들에게 고지함으로써 스스로 자제력을 갖게 함은 물론, 추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업체들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지 정부가 나서서 강제적으로 계몽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600년 동안 인류의 잠을 깨운 커피가 왜 갑자기 암유발 가능성을 가진 식품으로 둔갑한 것일까?

문제는 커피 원두를 굽는 과정(화씨 250도 이상)에서 발생되는 것으로 알려진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커피, 감자 등의 식물성 재료를 특정 온도 이상의 열을 가해 조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국은 커피를 로스팅하는 과정에서도 아크릴아마이드가 생성되며 최소한 이 사실을 소비자들이 알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미 6년 전에 스타벅스, 세븐일레븐, 타겟 등 주요 소매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된 바 있는데 배상금은 한 잔당 최고 2500달러에 달해 재판에서 책임이 있다고 판결될 경우 수십 억 달러의 배상금 결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90만 달러에 합의해 소송을 마감했으며 이후 자체 제조 커피에 경고 표시를 부착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총 760개 기업이 총 3000만 달러의 배상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대상은 커피 제조사, 유통업자, 로스팅 업체 등이 포함됐다.

맥도널드와 펩시콜라는 이미 소송 초기에 합의한 바 있으며, 주유소 체인점 'am pm'도 합의해 소송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도 일부 내용을 합의해 '암 유발 경고' 문구를 업소 내에 게재하고 있다.

합의 기업이 늘어난 배경에는 2년 전 가주 수피리어법원이 배심원 없는 재판을 통해 주정부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가주의 연방법원도 올해 말까지 현재 진행중인 주정부와 커피업체들과의 소송건에 대한 선고를 내놓을 계획이어서 역시 파장이 예상된다. 일부 업체들이 합의로 소송을 마무리했지만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는 찬반 논란이 여전히 첨예하다.

반대론자들은 과학적으로 위험성을 판단하기엔 분야가 너무 광범위하며, 이젠 모든 시설과 음식에 경고사인을 붙이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전국커피연합회(NCA) 조 드류포 대변인은 지난 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주장을 게시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며 "이는 과학적으로도 정확하지 않으며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찬성론자들은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 권리'는 반드시 보호해야 하며,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커피업체들과의 소송 주체이자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교육및 연구회(CERT)'는 커피 뿐만 아니라 음식, 세제, 페인트 등 다른 제품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이 되고 있으며, 커피 소비 감소로 업계가 타격을 받는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CERT를 대변하는 라페알 메츠거 변호사는 "경고 표시 의무화는 결국 제조 업체들이 아크릴아마이드를 제조과정에서 제거하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중립적인 의학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 소송의 핵심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임상실험을 제대로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고 커피와 암을 곧바로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아크릴아마이드가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제거하는 방법은 학계에서도 아직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100여 개의 커피점이 운집한 한인타운내 업계도 재판 과정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6가길의 한 커피점 업주는 "로스팅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커피에 경고문구를 붙여야 하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개별 대기업들이 중간에 포기하고 합의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대세는 경고 표시 부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타운내 커피 문화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림픽길의 K커피점 관계자는 "커피 인구가 늘어나 여기저기 건물마다 커피점이 생겨나고 있는데 업소내 '암 유발 경고' 사인을 붙이게 되면 아무래도 손님들 발길이 예전같지 않을 것"리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가주 환경보호국과 CERT는 암유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유해물질의 리스트를 매년 업데이트하고 있다.

경고사인 '도미노' 되나?…아직은 가능성 높지 않아

가주는 환경에 예민한 순위로 보면 1, 2위를 다툴만큼 선진적이다. 때로는 다른 주들과 국가들에 비해 과도하게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어 업계와의 충돌이 빈번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커피에 '암 유발 가능성' 경고 사인 규정을 마련한 곳도 가주가 유일하다. 커피는 화학물질도 아니며 하루 2~3잔은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동물 실험에서도 분명 연관성은 있지만 일부에서는 불필요한 확대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네바다대학(UNLV) 연구팀은 가주에서 동물 실험결과를 8년 전 내놓았을 때 "만약에 하루에 100잔의 커피를 마신다면 암과의 연관성을 예측할 수 있지만 분명 하루에 100잔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의 결과는 단순히 커피의 유해성 여부를 떠나 가주의 소비자 알권리와 건강 보호를 위한 정책들이 현실적으로 유효하게 적용할 수 있는 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예정이다.

한편 업계 일부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소송과 요구에 사실상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동시에 여론이 악화되기 전에 맞을 매를 먼저 맞자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특히 체인점 규모가 큰 스타벅스나 am pm 등은 '소모전'을 장기화하기 보다는 '털고가자'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머지 않아 경고 사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감각이 무뎌질 때를 앞당기자는 전략이다.


최인성 기자 choi.inse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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