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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고래 싸움에 새우등 지키기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제사회 현안은 시리아 내전과 전쟁을 피해 바깥세계로 쏟아져나온 수백만 명의 난민처리 문제였는데 올들어 시리아 얘기는 쏙 들어가고 북한 핵 위기가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이 됐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중순 열린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장장 3시간 반에 달하는 연설을 통해 글로벌 패권을 향해 도전장을 던지면서 이제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다투며 어떤 전략적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명운이 갈릴 수 있는 미중 사이의 최대 격전지가 되고 말았다.

2050년 이전까지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야심찬 포부가 말처럼 된다면, 아니 글로벌 패권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반도가 속해있는 서태평양 지역 패권만 장악한다해도 우리는 어쩌면 미국에서 중국으로 말을 갈아탈 준비를 해야한다.

이번 공산당 대회를 통해 황제 대관식을 치른 시진핑 주석은 당장 조공국에 시혜를 베풀듯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을 중단하면서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가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협정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3불(不)' 약속을 요구했다.



우리의 안보주권에 간섭하는 요구를 하면서 정작 치졸하고 폭력적인 사드 보복 횡포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관광, 문화업계가 겪어야했던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 피해에는 단 한마디의 사과나 유감 표시도 없었다. 마치 자신들의 뜻을 거스를 경우 어떻게 되는지 본때를 보여준 후 앞으로 잘하라며 손을 내미는 것 같아 한중 사드 갈등이 봉합됐다는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사실 북한의 핵개발은 중국의 지원이나 비호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핵 기술을 북한으로 이전했고 북한의 역량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한 이동형 미사일의 발사차량을 얼마 전까지도 공급해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북핵 위기를 서태평양 지역 패권을 향한 지렛대로 삼고 있는 만큼 북핵 문제는 결국 서태평양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응징하느냐 아니면 용인하느냐 하는 미국의 장기 전략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 한국에서 영화 '남한산성'이 큰 화제를 모았다. 지금으로부터 381년 전인 1636년 청태종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군신의 관계를 거부한 조선을 침공해 남한산성에 피신해 오도가도 못하게 된 당시 임금 인조가 청태종 앞에 불려가 무릎을 꿇고 양손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을 때까지 세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한 병자호란의 치욕을 그린 영화다. 많은 사람들 입에서 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나오니 우리 외교현실이 마치 '남한산성'처럼 되었다는 말이 쏟아졌고 영화를 만든 감독도 "380여년 전 역사와 현재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하여 과거를 되새기며 현재를 돌아보고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과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두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지 않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의 외교역량이 필요한 때다.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 10일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을 연다.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며 중국과 협력하는 묘수가 절실한 때다.


신복례 / 외신담당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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