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법률 칼럼] 시각 예술을 차용한 상업 디자인 문제
장준환/변호사
줄리안 리베라의 소송 제기가 패션 업계와 저작권 전문가들의 관심을 끈 것은 유명세가 낮은 스트리트 아티스트가 거대 유통 업체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독특한 케이스인 데다 엘렌 드제너러스라는 유명 방송인이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저작권 침해의 두 측면이 모두 관여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다.
저작권은 두 가지 법률적 권리를 아우른다. 하나는 저작 재산권이고 다른 하나는 저작 인격권이다. 월마트가 리베라의 드로잉을 허락 없이 모방했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정당한 대가를 내지 않고 창작물을 도용한 것이다. 마땅히 지불해야 할 비용을 치르지 않았기에 저작 재산권 위반에 해당한다. 리베라가 승소하거나 합의를 본다면 저작권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리베라가 월마트에 분노한 지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저작 인격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예술적 가치와 철학이 훼손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리베라는 현대 사회의 획일적 대량생산과 대량판매 체계를 거부해왔다. 디자이너로서 개성 있는 한정 생산품,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유통 채널을 선호했다. 그런데 대량생산, 대량유통의 상징과도 같은 월마트가 자신의 디자인을 사용한다면 그동안 지켜온 예술적 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적절한 저작권 사용료를 책정하여 거래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에 쉽게 풀기 어렵다.
쉽게 생각해보자. 민주당 열성 당원인 화가의 그림을 공화당의 광고 디자인에 무단으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탈핵을 외치는 환경주의자 사진가의 사진이 원자력발전소의 홍보 책자에 수록되어 있다면 어떨까?
다양한 이념과 가치, 철학과 종교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의 예술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그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 사람의 고유한 정신세계, 사고, 영혼을 해치는 치명적인 가해가 될 수도 있다.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흔했다. 그중 일부가 드러났을 뿐이다. 그때 지금이라도 비용을 치르면 되지 않느냐는 태도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그런 태도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값을 매기기 어려운 예술적 가치와 철학, 신념을 존중하는 사회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제 저작권의 ‘몸’뿐만 아니라 ‘영혼’을 함께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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