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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거품과 고독

전세계적인 고립과 격리의 삶이 일주년을 맞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과, 혼란, 그리고 믿기지 않는 어려움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지만 고립이 주는 유익한 점에 촛점을 두면 이 불확실한 시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언가 홀린듯 집밖의 활동에 몰두하고 타인의 시선을 염두에 두고 들떠서 살던 분주하던 일상이 정지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삶의 거품이 걷히고 온전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주위에 그 많던 사람들 가운데 정말 의미 있는 관계, 변함없는 우정과 신뢰, 그리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몇몇으로 집약되었을 것이다. 저절로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을 헤아려보는 고독한 순간들과 대면하게 되는 상황이다. 평생 처음으로 혼자서 놀고 시간을 쓰는 법을 체득해 가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서점에서 책이 많이 팔려나가고 집을 수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이를 증명한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피아노곡 2번은 그 작품이 나온 배경을 알고 나면 특별한 감동이 더한다. 작곡가이자 연주가였던 라흐마니노프는 음악가로서의 자기의 경력이 끝났다는 생각으로 실의에 빠진 채 약 5년간의 심한 우울증을 겪게 되었다. 그의 피아노곡 2번은 그가 그 어두운 경험을 극복할 무렵 작곡한 곡으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고 유명한 곡으로 남아있다. 라흐마니노프의 일화는 고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음악뿐 아니라 문학이든 과학적 발견이든 훌륭한 업적을 남긴 모든 이들에게 고독은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영적인 성장도 예외가 아니다. 모리아산에서 고독했던 아브라함, 40년간 사막에서 지냈던 모세, 3년간 아라비아에서 주님과 시간을 보낸 바울, 그리고 밧모섬에서 유배생활을 한 요한 등이 좋은 예다. 그들은 모두 고립되고 고독한 시간을 보낸 후 하나님으로부터의 큰 사명을 감당해 낸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때 영적인 고독 만이 아니라 육신적으로도 혼자였다. 참된 헌신의 시간과 예배의 의미에 대해 깨닫기 위해서는 신앙의 거품이 빠져야 한다. 기도나 예배, 신앙의 삶을 사는 것 모두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또 다른 사람이 바라봐주는 것이 당연한 생활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많은 신앙인들이 이 고립기에 신앙생활의 기본도 포기한 듯 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활동과 친교, 협력 등이 모두 중단되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고립과 격리의 일상은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지 않고 독립적인 신앙여정을 가꾸고 삶의 여정에도 적용시키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신앙이 자라는 데는 신앙 공동체가 필요하고 다른 사람들의 격려나 영감도 필요했다. 하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신앙여정에서 하나님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신앙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 이전의 교회문화였다. 결과적으로 그런 기독교인들은 성장이 멈춘 기독교인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세워나갈 만큼 독립적인 신앙인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늘 비판적이고 충족될 수 없는 욕구가 넘쳐나는 유아기적 기독교인으로 남아있다.

인간 사이의 친교가 중단된 상태에서 스스로를 성찰해보고, 형식에 매이지 않은 진솔한 기도와 헌신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고독하게 된 현실은 사막에 하나님하고만 있는 것처럼 독립적인 신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라흐마니노프가 어둠의 터널을 통과한 후에 평생의 걸작품을 작곡할 수 있었듯이 이 고독한 기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성찰하며 사는가에 따라 앞으로 살게 될 인생의 시간들을 보다 의미 있고 알차게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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