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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도 거절했다 … 청와대, 평양행 일방 초청했다 불발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10 08:26

남북 정상회담에 여야 대표 초청
국회 “불참 알고도 발표, 정치 행위”
김병준·손학규도 “못 간다” 통보
민주·평화·정의당은 초청에 응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정권 수립일인 9일 오후 기념행사가 열린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청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경기장에서는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공연이 열렸다. 김 위원장 오른쪽부터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왼쪽부터는 부인 이설주와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8일부터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 [AFP=연합뉴스]

청와대가 18일부터 시작되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국회 의장단과 여야 대표단을 초청한다고 발표했지만 1시간여 만에 불발로 끝나 파장이 일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오후 2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상회담에 동행해 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린다”며 정치인 특별수행단을 발표했다. 대상은 문희상 국회의장, 이주영·주승용 국회부의장,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9명이다.

임 실장은 특히 그간 불참 의사를 밝혀온 보수 진영 인사들의 과거 발언을 거론했다. 김병준 위원장에 대해선 “취임 인터뷰에서 ‘평화라는 가치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평화체제 구축을 지나치게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한 것을 특별히 관심 있게 봤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에 대해서는 “취임 이후에도 ‘남북 평화문제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수행단 참여를 압박하는 뉘앙스로 해석됐다.


문제는 이날 발표가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점이다. 임 실장은 초청 대상을 발표한 뒤 “(초청 사실을) 일일이 설명하기 전이다. (앞으로) 정무수석을 통해 찾아뵙고 초청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지간하면 요청을 받아주지 않겠느냐”며 “(참석 여부가) 정쟁으로 번지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반발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같이 가려면 무슨 얘기를 할지 역할에 대한 논의가 사전이 있는 게 당연한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병도 정무수석이 내일(11일) 찾아오겠다고 했지만 일정이 있어 안 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손학규 대표도 “전날(9일) 문 의장에게 방북 초정 연락을 받고 아침 최고위에서 불참을 결정해 문 의장에게 회신했다”며 “청와대가 야당에 책임을 묻고 굴레를 씌우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특히 여당 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까지 불참을 통보하면서 모양새가 더욱 구겨졌다. 의장단은 이날 오후 3시30분 국회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국당 소속 이주영 부의장은 “비핵화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행정부 수반의 정상회담에 입법부 수장이 동행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뜻을 밝혔다.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부의장도 거절 의사를 표시하자 문 의장도 불참을 결정했다고 한다.

의장실 관계자는 “청와대는 사전에 의장단이 불참할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대로 굳이 공식 초청을 한 건 야당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정치적 행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청와대가 당초 여야 원내대표 방북을 추진하다 여의치 않자 당 대표로 선회한 것인데, 원내대표도 힘든데 당 대표 방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배경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은 크게 반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회동에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쟁을 유발하지 않기로 큰 틀에서 뜻을 모았는데도 당 대표를 끌어넣는 것은 정략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보수 정당의 동참을 요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갈 사람들은 가고, 못 가겠다고 하면 더 설득하겠지만 억지로 갈 수는 없다”며 “(야당에) 권고를 더 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과 이번 방북단 규모를 200명 선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300명 수준이던 2000년과 2007년 방북 때보다 규모가 준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제인들도 꼭 함께 방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태화·한영익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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