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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옥 칼럼]조국

“ 미국인들이여, 조국을 믿으십시오.”

지난 주 타계한 미국 보수정치의 거장 존 메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애석한 마음이 이번 주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인이 국민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외교정책과 무역전쟁, 내부의 불협화음 등으로 고립된 나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메케인이 국민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미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메케인은 미국을 위대한 조국이라고 했고, 미국인들은 위대한 나라의 국민으로 정의하면서 미국인의 존재는 인본주의에 대한 축복이라고 했다. 이러한 메케인의 미국에 대한 극찬은 과거 서부를 개척하고 통나무 집에서 자손 대대로 열심히 피땀 흘려 세운 결실이 미국이므로 “어려움에 절망하지 말라. 우리는 계속해서 역사를 만들 것이며 조국을 믿으라”고 했다. 참으로 보기 어려운 애국자이기에 국민 대부분의 추모를 한 몸에 안고 저 세상으로 갔다.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두 개의 조국이 있다. 하나는 우리의 몸을 만들어 키워준 대한민국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의 몸을 지탱하여 주고 있는 미국이다. 메케인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충고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조국을 믿으라는 것인데, 이는 그가 5년동안 베트남 포로로 생사 불명의 환경에서 조국을 믿었기에 살아 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고 오랜 우울증, 첫 결혼 실패, 대선 도전 실패 등이 모두 소중한 경험이었다.



미국에서 남부럽지 않게 기반을 잡고 잘 살고 있는 70대 후반의 백발이 성성한 교민 김길수씨의 말이다.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하와이에서 LA로, LA에서 워싱턴 등지로 옮겨 다니던 초기이민 그 시절! 일자리가 있는 곳이 바로 그들의 거주지였다. 아침 6시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식당과 야채상을 돌다가 지친 아버지의 몸을 돌아보면서 김길수씨는 “왜 이런 고생을 자초하면서까지 이민을 왔느냐”고 아버지에게 늘 투정이었다. 김씨의 아버지가 지난 1970년대 초 세상을 뜰 때 하신 말씀이 김씨의 인생 좌우명이 되었다.

“생활이 힘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왜 이민을 왔느냐’고 더 이상 어머니에게 묻지 말라.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여기에 온 것은 고국을 떠나 살라고 하는 하나님의 게시요, 그리고 우리 가족의 팔자이다. 이제 이왕 이민 왔으니 어떻게 사느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아들아, 내 말을 명심해 실천하길 바란다. 우리가 집을 짓고 편안한 삶을 누리기 위하여 불모지에 삽을 들고 기초공사를 해야 하듯이 이민 1세대는 기초공사 세대이므로 나는 지금 다소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나 너희들을 위해 기초공사를 끝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날 미국의 발전은 피땀 흘리며 대지를 개척한 선배 이민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덩이가 패인 기초공사장에 너희와 같은 이민 2세대인 너도 후손을 위해 평생 집을 지어야 하는 희생세대임을 잃지 말아라. 그러면 네 자손들이 잔잔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이민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우리의 뿌리는 한국이다. 고국을 떠나 산다고 얼굴이 하얗게 변하지도 않겠지만 미국에 사는 한 위대한 미국인임을 부정하지 말라. 우선 형제간에 우애가 깊어야 하고 동족애를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한다. 그러면 외롭지 않으리라.”이민자들이 정상적으로 이민사회에 적응해서 살려면 우리 아들 딸 까지도 개척/희생세대로 삼고 열심히 불모지를 개척해 후손에게 옥토를 만들어 물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한번 메케인이 우리에게 들려준 말을 되새겨본다. “현재의 어려움에 절망하지 말고, 미국이란 나라의 약속과 위대함을 믿으십시오. 미국인은 포기하거나 항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역사 뒤에 숨지 않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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