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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환 칼럼] 아보카도 키우기


지난해 가을 10월말쯤, 많은 깻잎과 고추를 식탁에 여름내 식탁에 제공해 주던 깻잎대와 고추대가 훌쩍 자라 바람결에 이리 저리 넘어져서 보기가 안좋았다. 또 날씨도 며칠지나면 추워질듯해 모두 뽑아버리기로 마음먹고 세 평 남짓한 텃밭이기에 금방해치울 듯 빠른 손놀림으로 뽑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닥 다닥 촘촘히 있는 깻잎대 밑으로 잠깐 보니 참나무 잎 같았다. 아마 다람쥐가 도토리를 숨겨 놓았던게 자라나보다 하고 뽑으려고 잠깐 올리는데 보니 밑부분에 아보카도 씨앗이 보이는게 아닌가. 쩍벌어진 중간부분에서 아보카도 가지가 올라왔다. 그많은 깻잎 포기 사이에서 햇볕을 보지 못했는지 연약한 모습에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서너장의 잎은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말을 못하니 나 여기 있다고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아보카도가 빽빽한 깻잎 포기속에서 자란 이유를 말하자면 집사람이 주방에서 음식하면서 나온 과일 껍질이나 채소쓰레기를 모두 모아주면 나는 대부분 거름삼아 뒷밭의 빈공간에 땅을 파고 묻어주곤 했기 때문이다. 주로 채소와 과일류의 부산물은 대부분 그렇게 처리하고 있다. 그외 생선류나 냄새나는것은 넣어도 좋겠지만 주위 환경도 생각해야되고, 냄새를 맡고 이웃 고양이들이 밤새와서 파뒤집어 놓은 것을 보고 그 이후로는 냄새있는 것은 넣지 않는다. 한번은 인터넷에서 아보카도 씨았을 버리지 않고 키우는 법이 있기에 먹고나온 씨았을 이쑤시게로 십자모양으로 걸치게 만들어 컵에 물을 담아 조금 잠기게 두었다. 이윽고 중간부분이 갈라져 싹이 나올듯 말듯, 한두 달이 가도 그 상태로 있기에 감질나 “안키우고 말지”하며 채소 쓰레기랑 밭에 같이 묻었는데 그것이 싹을 티우고 올라온 것이었다.

그전부터 아보카도의 효능은 잘알고 있었지만 식감은 별로라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엔 어디서나 넘쳐나는 건강정보의 홍수로 안좋은게 없는 듯하다. 특히, 여기서나 고국에서나 육류소비가 많아져 콜래스트롤과 내장지방이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지만 병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누구나 별로 신경을 쓰지않는다. 아보카도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열대성 식물로 원산지는 멕시코 남부를 거쳐 중남미가 원산지라고 한다. 1800년경 스페인이 점령하면서 스페인의 군인이었던 헤르난도가 아보카도에 대해 ‘신대륙에서 가장 유용한 과일’로 기록했다고 한다. 그 이후 1848년경, 캘리포니아로 전해졌고, 1900년대 들어서는 원예기술의 발달로 캘리포니아에서도 아보카도 재배가 시작되었다. 그후 뉴질랜드 기스본에 거주하던 찰스일가에 의해 뉴질랜드의 북섬에서도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보카도는 풍부한 불포화 지방산으로 녹황색채소와 같이 섭취햐면 15배 이상의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몸속에 불필요한 콜레스트롤이나 중성지방 등을 분해시키고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중남미 음식에는 아보카도를 활용한 음식이 많은 것 같다.

중략하고, 크게 자라 숲을 이룬 깻잎포기 사이에서 나좀 살려달라고 하는 애처로운 모습의 아보카도 세 그루를 보니 얼른 구조하기로 마음먹고, 뿌리가 다치지 않게 큰 삽으로 푹 파내어 큰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반그늘에 두고 습기조절 하며 일주일 가량되어도 잎은 영 시들시들 축져저 있는게 안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일주일을 조금 넘기고 나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잎이 싱싱해지면서 제법 꼿꼿해졌다. 날씨가 추워지기에 실내로 옮겨 햇빛 잘 드는 창가에 두었더니 나의 정성을 알았는지 새싹도 올라오면서 제법 아보카도 나무의 모습이 되어간다. 아마 올 봄에는 뒷마당 양지 바른 곳에서 폭풍 성장을 이룰 듯 하다. 이렇게 버린 음씩찌꺼기 속에서도 싹을틔우며 올라오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열악한 환경과 이민의 악조건 속에서도, 세상의 많은 풍파 속에서도 지금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우리들의 모습이야 말로 성공한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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