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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강원도

원대현
2017년 텍사스 중앙일보 한인 예술대전
문학부문 시 우수상

덴턴인지 덴톤인지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곳엔
굵은 빗줄기가 시끄럽게 창문을 두드리지만
아버지의 고향, 강원도에는 흰 눈이 쌓이도록 내렸겠지요

그 추위에 당신께서는
타다 남은 장작과 작은 불씨만 남은 옛 아궁이에
눈을 찌 부린 채
휘유 후 휘유 후 하며 가쁘게 바람을 불어넣고 계시겠지요



몽상처럼 눈을 감고
함께 흑염소에게 아카시아 잎을 먹이고
함께 햇감자를 한아름이나 캐던
어릴 적처럼,
낡은 간의 의자 하나 대고 곁에 앉아서
슬그머니 새 장작 하나와
퇴색해가는 추억까지 밀어 넣어 봅니다

순식간에 옮겨 붙은 불꽃으로
아른거리는 눈동자에 맺히는 것은
어울리지 않게 철조망이 있던 유아원과
유난히 덜컹거리던 군용버스와
옥상에서 병정 놀이하던 아이들, 아이들

불타 사라진 옛 시골 기와집과
하늘을 닮아 투명하니 맑던 소양강과
한겨울에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썰매를 끄시던
건장하셨던 아버지, 아버지

온통 분홍빛 벚꽃 잎이 휘날리던 중학시절의 윤중로와
은색 펄 물감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또래 소녀들과
천문학자를 꿈꾸던 여드름이 성성한 소년과
노란색 줄무늬 쫀쫀이 불량식품을 구워먹으며
함박웃음 짓던 벗 들 까지…

두서없이 펼쳐지는 낡은 추억의
흑백슬라이드 사진이
정신 없이 지나가서
홀로 주책이라는 생각에 황망히 눈을 뜨니
백색 형광등만 우두커니 켜져서 반깁니다

아버지, 창밖에는 아직도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지만
마음 깊은 곳엔 강원도의 흰 눈만이 켜켜이 쌓여갑니다
그리움만 영원같이 쌓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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