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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좋은 글

김윤회/ 공부습관 예스클래스 러닝센터 원장

아주 어릴 때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기억납니다. 세계 무용대회 출전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평가전이었는데요. 한 참가자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무대가 끝나자 모든 관객들은 기립했고, 그녀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여깁니다.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상대 참가자는 많은 다른 영화가 그렇듯이 어떤 문제 상황 때문에 연습을 하지 못했습니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아무 기교 없이 무용의 기본 스탭을 밟기 시작합니다. 관객들은 의아해했지만 그녀의 진정성에 공감하면서 무대에 몰입합니다. 결국 승자는 주인공이었습니다.

2015년 한 케이블 방송에서 진행되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결승 무대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결승전은 두곡의 노래 대전으로 진행됐는데 한 참가자는 세련된 음색과 독창적인 매너로 무대를 압도하면서 심사위원 평가에서도 앞서갑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납니다. 다른 참가자가 마지막 무대에서 부른 자작곡은 오디션 무대 결승곡답지 않게 단순했습니다. 기타 하나만으로 연주한 그 노래는 음악적 기교나 완성도 면에서는 뛰어나지 않았지만 먹먹한 감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역전 우승을 이끌어냅니다.

이 두 에피소드는 물론 일반적인 상황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기술이나 화려함보다는 대상과의 소통과 공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쓰는 내용이 단순하고 문장은 짧고 어휘의 사용폭도 좁아서 문제입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그런 부분을 지적하곤 합니다.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좋은 글의 기준은 정확함과 새로움에 있습니다. 주제가 분명하게 드러났는가, 참신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갔는가, 내용들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가, 각 문단들은 적절하게 배치되고 긴밀하게 연결되었는가, 어휘와 문장이 정확하고 어법에 맞게 사용되었는가와 같은 것들입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수준높은 어휘를 사용하고 문장에 여러 변화를 주고 여러 자료를 활용해서 내용을 멋있게 꾸미면 더욱 좋은 글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필수적으로 중요한 요소들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앞선 에피소드에서 보았듯 더 중요한 것은 화려한 외면이 아니라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있습니다. 진실함이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동주> 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많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여러 설문 조사에서 윤동주 시인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사실 윤동주 시인은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한 바도 없고 생전에 시집을 발표한 적도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훌륭한 시인으로 평가받는 것은 문학적 완성도 때문이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에서도 진실과 양심을 지키려 했던 한 젊은이의 절실한 삶이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앞서 말했던 기본 요건을 알게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이야기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의 이야기를 진실하게 펴보이는 것입니다.

▷문의: 703-314-2899, yesclassv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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