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책장]내 마음에 관심이 필요할 때
이소영
언론인
사회심리학자 박진영이 쓴 책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사진)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직장에서 인간은 무의식중에 권력자의 표정이나 행동을 모방한다. 권력자의 미소를 따라 하고 직장 단체 사진을 보면 본능적으로 본인보다 권력자에게 시선이 먼저 꽂힌다고 말한다. 권력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의 기분이 어떤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수시로 눈치를 보게 되는데 이것은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은 권력자의 감정도 잘 알아차리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가 지금 화가 났는지, 불편한 감정은 없는지. 이는 권력자의 감정에 따라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처럼 실생활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책에서는 여러 학자의 연구 결과로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고 있다.
소속 욕구에 관한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사람은 둘 이상만 모이면 갈등이 생긴다. 때로는 상처받고 반대로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서운함, 미움 같은 감정들을 느낀다. 타인을 신경 쓸 필요 없이 내 감정대로만 살면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관계 속에서 느낀 소외감에 서운해할 필요도 없을 텐데 그런데도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이유는 ‘집단 이루기’ 본능 때문이다. 이 욕구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을 때 행복을 느끼고, 사람들에게 소외될 때 커다란 아픔을 느끼게 된다.
소속 욕구를 다이어트와 연결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군가 나와 달라지려고 하면 강한 경계심을 갖게 된다. 과체중인 사람 주변에는 비슷한 식습관을 가진 과체중 친구들이 많다. 과체중이라는 동질감이 형성된 그 집단에서 “나 다이어트할 거야”라는 말은 “나 이 집단에서 나갈 거야”라는 말과 같고, 다른 구성원들의 본능적인 반감을 일으키게 된다. 이 반감은 곧 “넌 통통한 게 예뻐”와 같은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말로 이어져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다이어트를 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는 학문의 테두리에 갇힌 심리학 지식을 일상으로 꺼내놓은 사회심리학 책이다. 사람이 왜 집단을 이루고 사는지, 그 속에 살면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또 타인을 잘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간다. 처방해준 약을 먹고 쉬면 며칠 뒤 정상 몸 상태로 회복된다. 팔이 부러졌을 때는 깁스를 하고 살갗이 긁혔을 때는 연고를 바른다. 몸을 다쳤을 때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는 정확하게 알면서 지치고 상처받은 내 마음은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는 것처럼 변화를 알아차리기 힘든 마음의 상태는 더 세심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눈치 보느라 정작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면 오늘부터라도 마음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내 마음의 흐름을 잘 이해하면 앞으로 겪을 다양한 변화에 자신감이 생기고 관계도 편안해질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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