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음악으로 쓰는 짧은 편지] 음악으로 맞는 봄…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겨울이 지나가고 따스한 볕과 함께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 왔다. 봄이라는 계절을 떠올리니 한 작품이 필자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이다.

러시아 작곡가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는 20세기 클래식 음악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클래식 음악 전공자라면 누구나 그의 생애와 작품들에 대해서 한 번쯤 관심을 기울이곤 한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생애는 크게 세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시기(1907~1919)는 그가 러시아에서 작곡 활동을 했을 때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사사하며 작곡을 배운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발레단 디아길레프의 의뢰로 1910년과 1911년에 발레곡 ‘불새’, ‘페트루시카’를 작곡하였고, 둘 다 성공을 거두며 작곡가로서 명성을 크게 얻는다.

이듬해인 1913년 발표된 ‘봄의 제전’은 역시 큰 성공과 함께 그의 대표작이 된다. 1917년 일어난 러시아 혁명으로 스트라빈스키는 조국을 떠나 스위스와 프랑스를 오가며 음악 활동을 한다. 그는 바로크 시대와 고전시대 음악의 정신으로 돌아가려는 신고전주의 음악(1920~1954)을 작곡하기 시작하며 음악인생의 두 번째 시기를 맞이한다. 당시 주류를 이루던 신고전주의 음악의 풍조를 이끌며 작품활동을 하던 스트라빈스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뒤, 그는 작곡 생애에 있어서 마지막 시기(1954~1968)에 접어들게 된다. 이때의 작품들은 음렬주의(Serialism)로 작곡되었다. 쇤베르크, 베르그, 그리고 베베른에 의해서 정립된 음렬주의는 어떠한 음렬(예를 들자면 12음계)의 음들을 그 음렬이 반복될 때까지 한 번씩 쓰는 음악기법을 말한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음렬주의 음악의 대표적 작곡가는 아니었으나 작은 규모의 성악곡이나 앙상블을 위한 음렬주의 작품들을 작곡하였다.

‘봄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가 러시아에서 작곡할 당시 쓰인 작품이지만, 신고전주의로 회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곡은 초연 당시 극장에서 벌어진 소동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이 작품을 관람하던 관객들이 아주 흥분하였고, 객석에서 일어난 소동이 시위로 퍼졌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소동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보다는 니진스키의 혁신적인 안무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의 음악 때문에 이 소동이 일어났다고 피력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음악이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인상을 주길 바랐고 그 바람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낭만적인 러시아풍 음악, 원시주의(원초적인 에너지), 그리고 반복적인 화성의 진행 등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적 특징들을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신고전주의의 성향을 띄고 있는 ‘봄의 제전’은 그 당시 매우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태양신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러시아 이교도들의 태고의식을 형상화하는 내용으로 1부 대지에의 찬양, 그리고 2부 희생 제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제목과 내용에 걸맞은 몽환적이면서도 성스러운 분위기와 멜로디를 위해 관악기의 비중이 높고 강렬한 에너지와 원시적인 생명력이 넘치도록 변박자 리듬이 많다.

20세기의 한 획을 그은 ‘봄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세계를 잘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쉽게 흘러가는 음악으로 듣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발레 음악으로 작곡된 작품인 만큼 발레공연과 함께 음악을 감상한다면 그 내용이나 흐름을 이해하기에 훨씬 수월할 것이다. ‘봄의 제전’의 공연 영상을 통해 발레와 음악 두 가지를 동시에 감상하고 즐겨보는 것도 흥미로운 여가를 보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효주/피아니스트, 피바디 음대 박사과정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