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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스푼 굿피플] 기아선상에 처한 베네수엘라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04/08 06:00

남미 베네수엘라 카리브해에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가 찌찌리비째(Chichiriviche) 해변이다. 맑고 투명한 햇볕 아래 코발트 빛 바다는 눈이 부시도록 파랗다. 하얀 백사장과 푸른 야자수가 숲을 이루는 그곳에 동백꽃 처럼 새빨갛게 멋을 낸 플라밍고(Flamingo, 홍학)의 군무를 볼 수 있다. 붉은 수채화 물감을 전신에 뒤집어쓴 듯한 아름다운 홍학의 부리 끝, 날개 끝, 꼬랑지 끝엔 검정으로 채색을 넣었고, 황금 빛 노란 두 눈으로 화룡점정의 조화를 이뤘다.

플라밍고의 키가 150cm로 늘씬하다. 날개 길이는 44cm이고, 꼬리는 15cm 정도로 자란다. 길고 유연한 목은 급히 아래쪽으로 구부러졌고 길게 뻗은 다리는 대나무처럼 곧다. 발바닥엔 물갈퀴가 곧다. 발바닥엔 물갈퀴가 달려있어서 진흙 펄에서도 자유자재로 거닐며 개구리·새우 등을 잡아먹는다. 두툼하게 생긴 부리로 물 바닥을 두드려서 물벼룩, 곤충과 수초를 먹는다. 홍학의 부리 가장자리에 달려있는 빗살 모양의 여과기는 물속에서 먹이를 찾을 때 진흙이나 모래를 걸러내기 쉬운 구조다. 용감무쌍한 우두머리 수컷의 지휘 아래 수천의 플라밍고들이 무리를 이루어 생활한다.

짝짓기는 1년에 한 번 하며, 둥지는 진흙을 쌓아 올려 만든다. 대부분 암컷은 둥지 위의 오목한 곳에 한 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품은 지 약 30일 만에 부화하는데 갓 태어난 새끼의 첫 먹이는 어미가 토해낸 핏방울처럼 새빨간 액체다. 냄새는 역하지만, 새끼에겐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영양식이다. 새끼의 입 언저리가 어느새 빨갛게 물이 든다 둥지를 떠나 또래끼리의 작은 군집을 이루고, 두 주가 지나면 스스로 먹이를 사냥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자연 상태에서의 수명은 약 15~20년이고 인공으로 사육되면 더 오래 산다.

플라밍고가 빨간 벨벳 옷을 입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동물성 플랑크톤인 알떼미아(Altemia)를 주식으로 섭취해서다. 베네수엘라 외에도 칠레, 볼리비아 안데스 열악한 고산지대에서, 더군다나 탄산수소나트륨이 많이 포함된 화산 호수, 습지에서 서식할 수 있었던 것은 해발 4000m의 고산지대 호숫가엔 천적이 많지 않았고, 길고 튼튼한 다리 덕분에 해로운 물이 직접 몸통에 닿지 않아서다. 또 해로운 미생물을 걸러낼 수 있는 특별한 부리로 섭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산유 국가 중 하나로, 한때 남미의 손꼽히는 부국으로 세인의 부러움을 샀던 베네수엘라에 몰아닥친 경제적, 정치적 풍랑이 거세다. 세계적인 유가 하락으로 석유 판매가 저조해졌고 생필품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서 생활하던 그곳에 공급이 끊기자 전국민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쓰레기통을 뒤져 연명하고 있고, 의약품이 없는 병원에선 갓 태어난 신생아를 카톤 박스에 눕힌다. 광견병 위험이 다분한 들개와 고양이들, 급기야 플라밍고까지 잡아 가족들의 구황식물로 대신하고 있다. 영양실조로 인해 전 국민의 체중이 평균 8 kg 이상 줄고 있다. 개스가 없는 산유국, 마켓에 식용품이 고갈되어 아귀다툼을 벌이는 그곳, 매년 2만명 이상이 폭력과 살인으로 살해되고 있는 그곳엔 험악한 민중봉기의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다. 기아선상에 처해 신음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기근과 영적 회복을 위해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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