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쓰는 짧은 편지]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풍부한 서정과 현란한 테크닉
20~22일 케네디센터서 연주회
세르게이 하차트리안 바이올린, 내셔널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
특히, 그 음악의 차이는 현악기 소리가 돋보이는 바이올린 콘체르토의 경우에 더욱 극명하게 보인다. 음을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스타가토(staccato) 스타일의 멜로디와 테마로 이루어져 있는 고전 스타일의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바이올린 콘체르토와는 달리, 베토벤의 중기에 작곡된 바이올린 콘체르토 Op.61은 긴 멜로디 라인이 레가토(legato)적인 연주방식으로 연주되기 때문에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음악과는 다른 양식의 음악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Beethoven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61)는 1806년에 작곡되었다. 이 곡은 오스트리아 바이올리니스트 프란츠 클레멘트(Franz Clement, 1780~1842)가 비엔나에서 초연하였는데, 클레멘트가 이 곡을 초연할 당시 베토벤이 바이올린 솔로 부분을 너무 늦게 완성하는 바람에 클레멘트는 어떤 리허설도 없이 초견으로 급하게 연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 때문이었는지, 이 작품의 초연은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또한, 그 당시 청중들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길고 웅장하며 해석이 어려워서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초연 이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다양한 콘서트홀에서 연주가 되었지만,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하다가 1844년 12살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Joseph Joachim, 1831~1907)이 연주하여 주목을 받은 이후, 바이올린 협주곡의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 중 한 곡이 되었다.
그 당시 대중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능숙하게 다뤘던 베토벤은 5곡의 피아노 협주곡과 9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바이올린 협주곡은 Op.61을 마지막으로 더는 작곡하지 않았고, 이것이 그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남았다.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45분의 대곡으로, 풍부한 서정미와 오케스트라의 웅장함, 현란한 바이올린의 테크닉을 담아내는 베토벤의 대표작이자 중요한 낭만주의 협주곡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주고받는 대화가 팽팽하게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어 큰 드라마를 그리는 작품으로 꾸준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 레퍼토리 중 메이저 작품이기 때문에 이작 펄만(Itzhak Perlman), 막심 벤게로프(Maxim Vengerov), 안네 소피 무터(Anne-Sophie Mutter), 정경화 등 수많은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들과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됐다.
오는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아르메니아 출신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하차트리안(Sergey Khachatryan, 1985~)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워싱턴 DC의 케네디센터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Op.61을 연주한다. 그는 2000년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15살의 나이,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였으며,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후 여러 장의 CD 발매를 비롯하여 유럽과 미국에서 활발히 연주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리뷰에서는 파워풀하고 대단한 테크닉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고 말할 정도로 주목받는 연주자이다.
다음 주말 워싱턴 DC에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겸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미리 이작 펄만과 안네 소피 무터 등 좋아하는 연주자의 베토벤도 들어보고 세르게이 하차트리안의 연주회를 감상하면 더 즐거운 감상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이영은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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