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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한인부부 살인·자살 사건을 보고

지난 7일 한인들도 다수 거주하는 애틀란타 지역에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의 경찰 용어로는 'Murder/Suicide'라고 한다. 대망의 새해가 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발생한 사건이라서 더욱 충격이며 한인사회에도 경종을 울려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하겠다.

필자가 LA경찰청에서 25년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살인사건들의 수사와 공보관으로서 발표했지만 특히 한인 관련 살인사건은 주류사회의 사건들과 현저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서로 다른 문화와 관련이 있겠지만 극단적인 행동으로 끝을 보려고 하는 일들은 없어져야 한다.

이번 사건도 가정불화와 금전문제 등이 동기가 된 것 같다는 초동수사의 결론이 발표됐다.

가정불화는 대화와 존중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대부분의 기성 한인가정의 문제는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남편들의 다정다감한 표현 결여에 기인한다. '마음과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은데 특히 여러 사람들 모임에서 소위 '닭살커플'을 보기가 한인사회에선 어렵다. 그런 조그마한 언행이 오랜 시간 지나다 보면 마음의 상처가 되고 무시당한다는 피해의식으로 전이되며 불신과 미움으로 전개될 수 있다.



지배적인 배우자에게 적응하는 방법엔 복종을 하는 것도 이혼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만약 복종을 선택하면 인격체를 종으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결국 나중에 반기를 들게 된다. 이혼을 택하면 그에 따른 상실감, 분노 등이 각자를 폐인으로 전락시킬 수 있고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종교, 전문 상담인, 또는 친지 등의 도움을 받아 차이를 인정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다..

파행의 방향으로 가는 부부관계는 마치 둘 사이에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린 거대한 장벽과도 같다고 한다. 그 장벽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고 위 사건과 같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동기는 금전문제라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생활엔 돈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 추리를 해보면 은퇴 연령으로 생활력 저하인 60대 남편과 아직 사업을 하는 40대의 부인 사이에 얽힌 부양, 재산, 기여도 등이 이유일 것이다. 배신감과 열등감도 물론 존재할 수 있다. 이런 복합적인 심리상태에 일종의 보복심리로 자신의 목숨도 버리는 쪽을 택한 것 같다.

미국 경찰의 업무 중 가장 많은 부분이 부부싸움, 즉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에 할애한다. 그래서 경관들은 이에 관련된 형법과 민법 그리고 카운셀링 교육을 받는다. 살인사건을 수사할 때도 배우자는 용의자 1호로 시작한다. 이번 사건도 예외는 아니고 용의자가 사망한 것으로 수사종료된다. 용의자가 살인범으로 체포됐다면 최고 종신형에 처해 진다.

연방정부 통계상 한인 이민자들이 미주에 200만 명을 넘었다. 특히 1세들은 한국정서에 물들어 있고 타국생활의 어려움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부부갈등의 가장 큰 적은 대화 결렬에 있다고 30년 넘게 가정상담을 해 온 심리학자 개리 채프먼은 말한다. 그는 저서에서 "대화, 존중, 사랑, 용서 등을 부부관계에 부여하면 행복해 질 수 있고 서로 상처받고 극단적인 결말을 방지할 수 있다"라고 한다.

부부관계에 있는 한인들은 이번 사건을 남의 일이라고 여기지 말고,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이슨 리 / LA경찰청 전 수석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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