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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 영하 40도의 세계를 아시나요

2018년 연말은 대체로 따뜻한 겨울날씨를 보였다. 알래스카가 따뜻하면 상대적으로 한국의 날씨는 북극 극풍의 발달에 의해 상대적으로 춥다. 이를 기후학적인 측면에서 '시소현상'이라 부른다.

2019년 1월 초 알래스카는 섭씨로 영하 38도까지 내려갔다. 중부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영하 40도의 세계를 그려 본다.

영하 40도의 세계는 대부분 날씨가 청명하다. 즉,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특징이다. 대기중에 구름이 있다는 것은 겨울철 찬 공기가 하강하지 못하게 구름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낮에 성층권을 가로지르는 비행기 구름 (contrail clouds)를 살펴보면 일기예보를 쉽게 알 수 있다. 비행기가 지난 후 구름이 빠르게 없어지면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그 구름이 천천히 사라지면 날씨가 포근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겨울철 야외에 갔을 때, 기상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자연현상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하 40도가 되면, 공공기관을 비롯한 학교는 의무적 임시휴무가 된다. 날씨 덕분에 모든 기관이 휴무가 되는 것은 알래스카뿐만 아니다. 지난 12월에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지인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DC는 눈이 1센티만 내려도 모든 기관이 마비된다고 한다. DC주변의 메릴랜드와 버지니아도 마찬가지란다.



난방을 위해 화석연료인 땔감이나 기름을 태울 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살펴보자. 연기는 수증기와 미세먼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연기는 열을 지니고 있어 굴뚝으로 나오자마자 그 열로 상승하여 대기의 안정층에 부딪혀 연기가 더 이상 상승하는 운동량을 잃어버리고 수평으로 뻗어가는 모습을 영하의 세계에서 볼 수 있다. 대기의 안정층이라 함은 지표면에는 찬 공기가, 지표면 위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의 존재로 대기의 순환이나 대류가 일어나지 않음을 언급한다. 그래서 굴뚝을 빠져나온 연기는 적당한 높이에서 확산으로 수평이동만 일어나는 곳이 영하의 세계다.

고속도로의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희석/대류 되지 않고 지표면에 정체되어 가시도가 점점 나빠지게 된다. 이는 아이스 포그(ice fog)때문이다. 안개는 수증기 과잉으로 생성되는 현상으로, 태양의 상승으로 대부분이 증발되어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아이스 포그는 그 수증기가 얼어서 얼음 결정체로 되는 현상이 영하의 세계에서 나타난다. 차량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으로 응축된 아이스 포그는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아이스 포그의 생성빈도는 이곳의 겨울철 대기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겨울철은 3-4시간만 낮시간이고 대부분이 밤의 세계다. 네온이나 가로등 불빛이 고깔모자처럼 쭈빗하게 대기를 뚫어 나온다. 이는 수증기가 얼어 얼음의 결정체로 되는데, 그 결정체가 플레이트 모양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낮에도 일어난다. 태양을 중심으로 90도 각도로 반사되어 생성되는데, 이를 sundog (원광)이라 한다. 무지개 색깔을 띠고 있으며 겨울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드물게 태양을 중심으로 테두리를 이루는 것도 볼 수 있다. 툰드라와 한대산림에서 운 좋게도 찍은 멋진 원광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이러한 날씨 속에서 더러는 팻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산책을 가기도 한다. 산책 중에도 손끝이나 발끝이 시려옴을 즐기려는 것은 아니지만, 산책 후의 내 모습을 보기 위해서 영하 40도의 세계를 체험한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일 것이다.

완전무장을 하고 나선 산책지만, 눈썹이나 털모자에 붙은 고드름은 앞을 보기가 힘들 정도로 점점 커지고, 입을 막은 목도리는 어느새 딱딱해져 그 기능을 잃어버리고 만다. 숨을 들이 쉴 때, 코 안의 점막은 얼음의 세계로 변하는 것이 영하 40도의 세계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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