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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멕시코 엔세나다 여행지에서

누구나 혼자 낯선 곳에 가서 걷고 음식을 먹고 사람들과 얘기해 보고 싶은 꿈을 꾼다. 그런 혼자 하기 좋은 여행지를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면 간단히 나서기 좋을 것이다. 멕시코 엔세나다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아침에 출발하면 점심 전에 도착한다. 생선 전문식당에 들러 생선찜을 주문했다. 식당엔 3인조 '마리아치'가 테이블을 돌며 노래하고 있었다. 한 곡 당 5불. 조영남이 번안곡으로 불러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멕시코 민요 '제비'와 다른 민요 한 곡을 청해 들었다. 음식도 좋고 노래도 꽤 잘했다.

거리에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먼저 시내에 있는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작은 박물관에 들어서자 커다란 '매머드'가 서 있다. 약 150만 년 전부터 8000여년 전까지 이 지역에 살았다는 녀석이다. 키가 4m까지 크고 몸무게가 10톤까지 나갔는데 초식동물로 하루에 200kg을 먹었다고 한다. 1만 여년 전부터 이 지역에 살던 인디오들의 생활 용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겨울엔 해변에서 물고기를 잡았고 여름엔 산악지대로가 견과류의 일종인 'Pinion' 등을 수확하며 살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들의 후예가 산악지대에 살고 있다. 집단 거주지 '깜보'라는 곳에 살며 농장에서 일하기도 하는데 스페인 침략 시절부터 피해 다니던 습성이 생겨 낯선 사람이 가면 경계하고 피한다. 전에 몇 년째 이들을 위해 선교봉사하고 있는 어느 집사 부부와 함께 찾아갔던 작은 깜보는 너무나 열악했다. 가지고 간 음식과 선물을 나누어 주며 오라고 불러도 멀리서 바라만 보던 여인의 눈에는 두려움과 경계의 빛이 역력했다.



저녁시간 바닷가 호텔 바에 가서 창가에 앉아 와인 한 잔으로 피로를 풀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바다, 멀리 수평선 가까이 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문득 한국 여행 중 남도 바닷가에서 만난 초로의 사내가 떠올랐다. 미국 오렌지카운티에 사는데 은퇴 후 수년 째 일년의 반 이상을 해외여행하며 지낸다고 했다. 소주잔을 놓고 멀리 바다를 응시하던 그의 눈빛이 쓸쓸해 보였다. 아마 그도 돈키호테처럼 '용감한 사람도 가기 두려워하는 곳에 가고, 순수하고 정결한 것을 사랑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마음으로 여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은 '이루지 못할 꿈을 꾸고, 쳐부수지 못할 적과 싸우고, 견디지 못할 슬픔을 견디며' 살아간다. 계속하여 싸우고, 견디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더 나아가는 것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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