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피해 90% '바온신'(바다 건너 온 신부) …가정폭력 사각지대 '옴짝달싹'
언어·신분·경제력서 '떠도는 섬'
남편과 '상하 종속' 관계에 매여
'바온신'들이 인격무시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온신은 '(한국에서) 바다 건너온 신부'를 줄인 신조어다. 적지않은 바온신들은 언어와 신분,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가정 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한인가정상담소에 따르면 가정폭력으로 상담 전화를 걸어오는 여성의 90%가 한국에서 시집 온 여성들이다. 상담소의 제니퍼 오 가정폭력프로그램 매니저는 "2~3년 전 처음 가정폭력예방 부서가 생겼을 때는 거의 100%가 한국서 시집 온 여성들의 전화였을 정도였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했다"고 밝혔다.
이들 여성들의 상담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는 고립되어 있는 환경 때문이다. 오 매니저는 "이들 대부분이 미국에 가족도 친구도 없다. 남편을 통해 만들어진 커뮤니티에 속해 있기 때문에 어디에도 하소연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물어서 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래서 한국어로 상의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민자 권익단체(We Belong Togeter)의 조사에 따르면 이민자 여성은 미국에서 태어난 여성에 비해 3~6배 정도 가정폭력 경험이 더 많다. 이런 가정불화는 충분히 서로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미국에 전혀 기반이 없는 여성의 경우 남편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상하 종속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그 원인이 된다.
오 매니저는 "가해 남성은 신분을 도구로 사용해 여자를 컨트롤하고 또 그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며 "때문에 영어공부나 사회 생활을 하는 것도 원치 않는 경우가 있고, 또 가해 남편 중에는 여성이 도망갈까봐 여권이나 소셜카드 등의 주요 서류를 금고 등에 숨겨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는데도 신분 문제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용기 내어 신고했어도 언어 문제 때문에 도리어 가해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LA에 사는 A 여성의 경우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을 더는 참을 수 없어 신고를 했지만 남편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남편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A씨가 먼저 폭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오 매니저는 "언어적인 문제로 피해 여성은 제대로 진술하기가 쉽지 않다. 경찰은 몸에 난 상처를 보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떤 케이스의 경우 가해자인 남편이 자해를 해서 피해자인 것처럼 가장한 사례도 있다"며 "한 여성은 10년을 맞고 살다가 화가 폭발해서 남편을 때렸는데 남편이 신고를 하면서 졸지에 가해자가 되어 버린 억울한 케이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담소의 관계자들은 "우선적으로는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도 해결책이 없다고 판단되면 본인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혼을 결정했다면 자립해 살아 갈수 있도록 우리가 정부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준다"고 전했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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