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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슨 창, 쌀딩크 방패 뚫다

김학범, 공격축구로 지략대결 승리
박항서, 애국가 때 가슴에 손 올려
김 "박항서 감독에게 죄송하다"

한국과 베트남, 양 팀 모두 최선을 다한 승부였다. 승장도, 패장도 없었다. 베트남 대표팀 박항서(59) 감독은 비록 승부에선 졌지만, 김학범(58)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악수를 청하며 한국의 승리를 축하했다.

29일 한국과 베트남의 4강전이 열린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 경기 시작에 앞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박항서 감독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그려진 베트남 국기 위에 대고 태극기를 향해 서서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그 순간 조국과 맞서 싸워야 하는 박항서 감독의 심정은 어땠을까.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지만, 지금은 베트남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그의 출사표였다. 애국가가 끝나자 박 감독은 김학범 한국 대표팀 감독과 포옹을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날 경기는 베트남 현지 시간으로는 오후 4시에 킥오프됐다. 대부분의 베트남 기업과 공장들이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1~2시간 단축 근무를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가 광화문을 붉게 물들였던 것처럼 베트남 국민은 길거리로 쏟아져나와 단체응원을 펼쳤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4강전을 관전하겠다는 축구팬이 늘어나자 베트남항공은 특별기 5편을 띄워 이들을 실어날랐다. 이날 관중석에는 노란별을 새긴 붉은 상의를 입은 2000여명의 베트남 팬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베트남은 이날 경기전까지 아시안게임 5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면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다. 하지만 한국의 창 끝이 베트남의 방패보다 강했다. 김학범 감독은 공격수 황의조-손흥민-이승우-황희찬을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동시에 선발 출전시켰다. 그러자 박항서 감독이 준비한 파이브백(수비 5명)도 소용없었다.

선수들을 아들처럼 챙기는 '파파 리더십'으로 유명한 박 감독은 후반 25분 프리킥 골을 넣은 쩐 민 브엉을 불러 뺨을 어루만져줬다. 반면 김학범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차분히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베트남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박항서 감독은 김학범 감독을 향해 박수를 치며 다가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베트남 선수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박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대표팀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베트남 감독이다. 더 이상 한국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은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물리친 뒤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지만 이날은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이겨서 박항서 감독님께 우선 죄송하다"며 "양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2골을 넣은 이승우는 "우리 감독님(김학범 감독)이 한국 감독님(박항서 감독)과의 대결이라 부담이 많으셨을 거라 생각했다. 선수들끼리 오늘은 우리 감독님을 위해 뛰자고 했다. 선수들이 한 마음이 돼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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