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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70대와 80대의 대화…살아가며 죽어가며

어느 80대의 일기장(91)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詩 '曲江')"라 했다. 그 당시엔 70살까지 산 사람이 아주 드물었던 모양이다. 그러면 80살은 뭐라고 해야 할까? '고래희희(古來稀稀)'라고나 불러야 할까? 하여간, 그 70대와 80대가 한 자리에 앉았다. 소주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70대: 저도 곧 80줄에 들어섭니다. 앞서 가시는 분의 인생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80대: 밥 그릇만 더 비었을 뿐, 머리 속은 텅 비었는데 무슨 얘기를….

70대: 70에서 80으로 가면서 뭐 생각하는 것이 변했다든가, 삶이 바뀌었다든가 하는….



80대: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네. 몸이 더욱 쇠약해지고 죽음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것 이외엔….

70대: 몸이 쇠약해지는 것은 자연 현상이고,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80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요즘은 예전 같이 머리를 쥐어뜯지 않는다네.

70대: 머리를 왜 그렇게 쥐어 뜯었습니까?

80대: 하루 하루 사는 것이 하도 재미없고 무미건조(無味乾燥)하니, 그것을 탈출할 수 있는 어떤 '돌파구(突破口)'가 있을까 해서 그 것을 찾느냐고 그렇게 고뇌했다네.

70대: 그래 그 '돌파구'를 찾으셨나요?

80대: 그 어떤 '돌파구'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80이 넘어서라네. 이제는 완전히 기진맥진, 모든 것을 체념(諦念)한 상태라네.

70대: 일체 '체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을 좋게 말해서 현실 초월, 초탈(超脫), 무위(無爲)의 경지라고 볼 수는 없을까요?

80대: 그런 경지라면 마음의 고통 (心苦)이 없어야 될 텐데, 아직 마음의 고생이 심하니 그 경지에도 못 이르고….

70대: 그건 그렇다 치고…좀 더 말씀을 들려 주십시오.

80대: 80이 넘으니 세상 만사에 대한 관심도 흥미도 없어진다네.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그들만의 리그, 일체 오불관언(吾不關焉) 생각이고 태도라네.

70대: 그렇게 되면 사회로부터의 소외감, 고립감, 고독감이 너무나 절실할 텐데요. 그것을 어떻게 이겨 내시지요?

80대: 참으로 견디기가 어렵다네. 그러나 어찌하겠나? '이젠 별 수 없다.' 모든 것을 완전히 포기하고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네.

70대: 그래 요즘은 무슨 생각을 주로 하고 계십니까?

80대: 요즘 이상한 현상이 하나 생기고 있다네. 죽음이 가까워 오니 세상이 전과 다르게 아름답게 보이고, 또 사람들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네. 죽을 때가 되면 사물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으라고 했는데….

70대: 불교에서는 '방하착(放下着)'을 얘기 하지요. 움켜 쥐고 있던 모든 것, 인연으로 얽힌 모든 것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끊으라고….

80대: 주변에 같은 나이 또래 '가는' 사람도 많지만,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네. '남의 일' 아닌 곧 '나의 일', 몹시나 우울하고 가슴이 아프다네.

70대: 나이가 나이니 만치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80대: 그렇기는 하지만, 비극감.허무감이 너무나 절실하다네. 그리고 요즘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네. 어떻게 하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을까? 그리고 가족에게 폐를 안 끼치고 갈 수 있을까? 이 생각만이 요즘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네. https://dmj36.blogspot.com


장동만 / 언론인·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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