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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처네'를 마련하듯

잠이 든 아기를 숨죽여 들여다본다. 긴 속눈썹에 달린 눈물방울이 애처롭다. 잘 놀다가도 졸음이 오면 아기는 눈을 비벼대며 잠투정을 한다. 산후휴가가 끝나 출근하는 딸아이 대신 외손자를 돌보러 나도 딸네로 출근을 한다. 이제 막 이유식을 시작한 아기의 이유식 만드는 조리법과 하루 시간표 등 세세한 주의사항을 메모해서 냉장고에 붙여 놓았다. 딸아이는 모유와 이유식 데우는 시간까지 알기 쉽도록 색연필로 예쁘게 그림까지 그렸다. 중요한 내용을 숙지하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아기가 울 때 어떻게 달래야 할지 큰 고민거리였다.

요즘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직장에 다니기에 엄마랑 아기 모두 고생이 많다. 외손자 루카스도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자라는 하루하루에 적응하는 중이다. 오감을 이용하는 그림책 놀이와 뒷마당 그네에 앉아 햇볕도 쬐고, TV 아기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도 있다. 즐겨보는 프로그램(Classical Baby)은 거의 아기를 잠재우는 이미지와 클래식 자장가이다. 아기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좋아하는 장면을 관심 있게 보기도 하고, 음악이 조용히 흘러나오면 잠을 쉽게 이룬다. 엄마 품이 그리워 우는 아기를 소록소록 잠들라고 내가 아는 자장가를 차례로 부른다. 토닥이는 손길에 천사처럼 잠이 든 아기가 숨이 막히지 않는지 지켜보며 책을 읽는다.

갓난아기는 처네에 폭 싸여 엄마 등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든다. 세상 근심 걱정 모르던 아기가 자라 시집을 가서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된다. 처네를 둘러 아기를 업고 친정 나들이를 가는 생각만으로도 충만한 행복이다. 새색시는 자애로운 모정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세월 지나 점점 늙은 아기가 되어간다. 해질 무렵이면 다 큰 아이들도 엄마를 찾는다. 한 세상 저무는 날엔 다시 아기로 돌아가 천상의 아기로 태어나는 것이 아닐지, 사랑으로 품어주실 하늘 엄마가 기다리고 계시기에 꿈길을 가듯 사르르 잠이 들면 좋겠다.

큰언니 등에 업혀 잠든 척했던 어린 시절,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누비처네에 업혀 있던 그 포근함을 어디서 다시 만날까. 하늘빛 처네를 펼쳐 보며 우리 루카스도 외할머니가 업어주던 기억을 하려는지. 아직은 어리기에 가슴에 안아 한 몸을 이루는 처네, 돌쯤이면 '어부바!' 소리에 아장이며 걸어오려나. 아기는 잠에서 깨어 방실방실 웃으며 기어온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고, 때로는 얼굴을 맞대고 보드라운 손으로 끌어당긴다. 이빨 하나가 하얗게 솟았다. 마치 싸락눈이 내리듯.



오늘은 모처럼 외가에 다녀간 루카스의 흔적에 식구들은 흐뭇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깜빡 잠이 들었다 첫새벽에 깨어 장밋빛 촛불에 불을 밝힌다. 잣나무 향이 그윽한 대림환에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세 개의 촛불이 머지않은 성탄의 기쁨을 알린다. 올 성탄엔 나의 일상에서 만나는 아기 예수님께 처네가 놓인 따스한 방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


박계용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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