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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인생의 이모작

추운 지방 평안도나 함경도에서는 일 년에 농사를 한 번 짓지만, 여름이 길고 낮이 비교적 긴 나라에서는 이모작 삼모작을 합니다. 어렸을 때 잠깐 다녀온 충청남도에서는 봄에 보리를 베고 난 후 그 땅에 고구마를 심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관광을 갔던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이모작 삼모작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축복받은 땅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태국이나 베트남은 가난하다고 하지만 먹고 사는 데는 걱정이 없습니다. 라오스에 갔을 때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먼 길을 갔습니다. 가다가 중간에 과일 파는 데가 있어 잠깐 내려서 바나나를 한 3불어치를 샀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이 주는지 버스 안의 8명이 먹고도 남았습니다. 그러니 굶어 죽을 염려는 없습니다.

요새는 100세 인생이라고 합니다. 1960년 한국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60세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018년 보고에 의하면 한국 사람의 평균 수명이 83세라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그러니 남쪽 나라 베트남이나 태국 같은 삶의 환경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우리가 거의 100세를 사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슬픈 일이 있습니다. 우리가 100세를 살면 적어도 87세까지는 일을 해야 할 텐데 한국 기업의 평균 정년은 57.8세라고 보고를 합니다. 그러면 백 세 인생에서 나머지 42년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요. 나는 처음 늙어 보기 때문에 늙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나는 의사가 되면 정년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은 무엇이든지 정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사 중에서도 외과 의사는 정년이 빠르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일차 직업에서 정년을 맞이하면 다음에 무엇을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즉 보리를 베고 나면 나머지 땅을 놀리지 말고 다른 것을 심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김형석 교수님은 백 세를 살아도 철학 한 가지로 지속할 수가 있지만 많은 직업은 정년을 맞이해야 합니다. 군인도 대학교수도 비행기 조종사도 은행원, 의사도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강제로 퇴직시킵니다. 그럴 줄 알았다면 대학에서 제2 전공을 배워두었을 것을 늙어보지 않아서 몰랐지요.



그런데 늙기 전에 몰랐다가 늙어서 다시 이모작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아는 그랜드마모세스(Grandma Moses) 라는 할머니입니다. 그는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였고 특별한 재주도 없다가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80세에 개인전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00세까지 그림을 그렸고 101세에 타계를 했다고 합니다. 해리 리버만도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미국의 유명한 화가가 되었습니다. 폴테스너는 64세에 기업을 시작하여 TED 라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는 이야기합니다. 꿈을 이루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다만 핑계가 늘어갈 뿐이다. 제가 아는 최선이 여사는 73세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60세가 훨씬 지나 첼로를 배워 자기가 사는 도시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서 요새 뭐 하고 지내느냐고 물으면 “글쎄, 뭘 할 게 있어야지.”라고 말을 합니다.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를 쓴 것이 78세였다고 하고 괴테는 80이 넘어서 18세의 여자를 사랑하였다고 하니 너무 실망할 것이 없습니다. 늙은 나이에 불륜 행위를 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노래에도 있지 않습니까.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꼭 좋은 나인데.’ 사랑뿐 아니라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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