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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정부보조 수혜자’ 입국 금지는 유색 이민자 차별 정책

1893년 '퍼크'라는 잡지에 실린 삽화. 가난한 신참 이민자를 거부하는 내용을 표현했다.

1893년 '퍼크'라는 잡지에 실린 삽화. 가난한 신참 이민자를 거부하는 내용을 표현했다.

1893년 삽화 ‘뒤를 돌아보라’

오른편에 있는 삽화는 1893년 ‘퍼크’라는 잡지에 실렸던 삽화다. 미국에 와서 성공한 선참 이민자들의 후손들이 새로 들어오는 가난한 신참 이민자에게 들어오지 말라고 거부하는 그림이다. 그런데 선참 이민자들의 뒤에는 또 다른 가난한 이민자들의 그림자가 보인다. 바로 그들의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들이다. 가난하고 박해받던 이민자들이 ‘자유와 기회의 땅’ 미국에 이민 와서 정부와 사회의 도움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고 교육을 받아 정착한 뒤 열심히 일해서 성공을 이루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 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부도 스티븐 밀러 수석 고문의 조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들도 독일과 구소련의 난민 출신으로 그렇게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선참 이민자들이었다. 그러나 향후 대다수의 가난한 신참 이민자들에게 그 꿈은 더는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해진 ‘깨어진 꿈’이 되어가고 있다. 바로 지난 1월 27일 연방 대법원이 집행을 허용하고 2월 24일부터 실행된 ‘정부보조 혜택 수혜자(Public Charge) 입국 금지 규정’ 때문이다. 127년 전의 저 삽화가 이번 규정의 실체를 가장 사실적이고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이 규정은 “가난한 이민자는 더는 미국에 오지 말라”는 선언이다. 저 삽화와 지금의 현실이 다른 것은 저 삽화의 신참 이민자는 백인이고 현재는 90% 이상이 유색인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규정의 숨은 의도를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가난한 유색인종 이민자는 더는 미국에 오지 말라”는 선언이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지난 1월 27일 연방 대법원은 5대4로 ‘정부보조 수혜자 입국 금지 규정’의 집행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바뀐 규정의 핵심 내용은 받지 말아야 할 정부 보조 프로그램들을 전례 없이 대폭 확대한 것 그리고 최종 판정 권한을 이민국 검사관들의 재량권에 맡겼다는 것이다. (상세한 규정 설명은 시민참여센터 웹사이트 kace.org 참조)

이 규정은 지난 3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끊임없이 집행해온 수많은 반이민 정책 중에서도 전체 이민자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게 될 것이 예상된다. 이 규정이 실시되면 과거에 정부보조를 받았거나 앞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는 비자 또는 영주권 신청자들은 우선으로 기각 대상이 된다. 도시연구소(Urban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90만 명 이상의 영주권 신청자들과 1억2000만 명 이상의 비이민 입국자들이 모두 이 규정의 심사 대상자들이 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이 규정이 발표되기도 전에 불이익을 우려하여 정부보조를 자진 중단한 사람도 7명 중 1명이나 된다고 한다. 또한 작년 9월에 발표된 카이저 가족재단(Kaiser Family Foundation)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규 이민자의 80%가 이번 규정상 ‘매우 부정적인 요소’를 지닌 자로 해당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규 이민 신청자의 42%가 기각될 것이라고 한다. 메디케이드 가입자 중 15~35%가 혜택에서 탈퇴할 것으로 예상하며 더 많은 이민자가 무보험 상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비자나 영주권 신청 중인 저소득층 이민자들은 비싼 보험료를 낼 돈이 없으면 아파도 병원 치료를 못 받게 되고 푸드스탬프를 끊으면 배고파도 음식 지원을 못 받게 되고 저렴한 정부보조 주택 혜택도 중단하면 아파트에서 자진 퇴거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가난한 이민자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홈리스 이민자들도 늘어날 것이다. 장애인 또는 입원 중인 이민자들의 경우는 생명줄과 같은 정부보조를 포기할 것인가 영주권을 포기할 것인가의 결정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다. 이는 비인도적이며 차별적이고 미국의 헌법의 평등 조항과 이민자 국가로서의 전통에도 어긋나는 부당한 정책이다.



반이민 정책, 인종혐오 범죄 확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규정의 경우 이민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 즉, ‘이민자들은 일도 안 하고 정부보조만 받고 세금만 축낸다’는 왜곡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규정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시행된 거의 모든 반이민 정책들을 기안한 백악관 수석 고문 스티븐 밀러가 백인 우월주의자라는 공개된 사실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반이민 정책들은 늘 인종 차별과 혐오 범죄를 확산시킨다. 이민자들은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혐오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남부빈곤법률센터(SPLC)가 2019년 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전역에서 활동 중인 혐오 단체의 수는 사상 최대인 1020개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통계도 극단주의자의 폭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방수사국(FBI)이 2018년 11월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보고된 증오범죄 건수는 전년보다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증오 단체 수는 근 4년 동안 계속 증가해, 2014년 대비 30%나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 명예훼손연맹(ADL)’이 2019년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선전 활동은 미국 전역에서 1187차례 이뤄졌다. 이는 2017년의 421차례에 비하면 182% 증가한 것이다. 인종차별주의 집회와 시위도 전년보다 증가했다. 인종차별주의 집회나 백인우월주의자가 참여한 공공행사는 적어도 91건에 달했다. 2017년은 76건이었다. 위의 통계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반이민, 반 유색인종 정책들이 증오 단체들과 증오 범죄의 증가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민자는 미국 경제에 ‘순이익’

이미 미국 상공회의소 등 정부기관과 도시연구소 등 민간 연구소들의 통계 자료들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이민자들은 매년 1조6000억 달러 이상 미국 국민 총생산에 기여한다. 그리고 미국 내 창업의 40% 이상 이민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360만 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한인들도 다수 포함된 소기업 운영 이민자들만 해도 매년 7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과 1000억 달러 이상의 급여 세금을 내면서 미국 사회와 경제에 기여해왔다. 매년 이민자들이 내는 세금은 약 900억 달러이며 이민자들이 받는 정부보조는 약 50억 달러이다. 즉, 이민자들이 내는 세금에 비해 정부에서 받는 보조는 고작 18%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정부보조 혜택을 받는 많은 한인 동포들이 혜택받는 것을 ‘미안하게’ 또는 ‘죄송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민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정부보조 혜택을 받는 백인들도 그렇게 미안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 물론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부 혜택을 받는 것은 어느 인종이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자격이 되어서 받는 혜택은 권리이지 구걸이 아니다. 특히나 이민자 가족이나 2세 자녀들이 열심히 일하고 낸 세금으로 가난한 부모들이 받는 혜택은 당당히 권장하고 누려야 할 ‘공적 상호 부조’이지 ‘공적 부담’이 아니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선거 전략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래 반이민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이슬람 국가를 표적으로 한 입국 금지부터 난민에 관한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고 국경에서 가족 생이별을 양산했으며, 무차별 단속과 추방을 감행하고, DACA 철폐를 명령하며, 합법 이민 50% 축소법안 상정에 이르기까지 전체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전 방위적인 차별정책을 감행해왔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엔 저소득층 이민자들의 입국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정부보조 수혜자 입국 금지 규정’을 통과시켰다. 이것은 이민 신청자들뿐만 아니라 초청한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 가족들에게도 심각한 재정적 정신적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올해 초 시정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정책에 대해 연설 시간의 4분의 1을 할애했다. 이것은 올해도 대선에서도 반이민 정책을 선거 전략으로 전면에 내걸겠다는 선포였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반이민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백인 보수 지지층의 지지도가 매번 5% 이상씩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하고 좌절한 중남부의 백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사용해온 전략은 “당신들이 못 사는 것은 당신들 탓이 아니라 당신들의 직장을 빼앗아가고 세금도 안 내면서웰페어만타 먹는 저 이민자들 때문이다”라는 명백히 왜곡되고 인종차별적이며 선동적인 ‘반이민’ ‘반 유색 인종주의’의 메시지였다.



끝나지 않은 연방 대법원 소송

이번 연방 대법원 판결은 절차적 판결이었지 합헌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판결이 아니었다. 즉,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집행을 시작하라는 절차적 판결이었다. 따라서 연방 대법원의 소송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대표적인 5개 이민자 권익 옹호 기관들이며 피고는 연방 이민국과 국토안보부다. 변호인단 또한 대표적인 인권 옹호 기관인 법률구조회(Legal Aid Society)와 헌법 권리센터(Center for Constitutional Rights) 등에서 뽑힌 19명으로 구성된 ‘드림팀’이다. 최종 판결은 3~4개월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민자 측 변호인단이 새 규정이 합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법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헌법 수정조항 제5조(적법한 절차): 미국 영토 내 어떤 사람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생명권, 자유권,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

2. 헌법 수정조항 제14조(평등권):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 성별, 정치적 견해 차이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3. 행정절차법: 법 규정의 제정은 임의적이거나 충동적이면 안 된다. 반드시 합당한 이유와 근거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1심과 2심에서 정부 측 변호사들은 전혀 통계나 자료들을 제출하지 못했다.

4. 장애인 보호법: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정부 혜택을 거부당할 수 없고 정부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불이익을 당해서도 안 된다.

5. 삼권분립의 원칙: 법의 제정은 의회에서, 집행은 행정부에서 해야 한다. 아니면 ‘국가 위기'나 ‘긴급 상황’을 증명해야 한다.



전망과 결론

연방 대법원의 판사들이 1심과 2심의 재판관들처럼 객관적이고 법리적으로 판단한다면 반드시 승소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두 명의 판사를 포함되어 보수성향의 판사들이 다수인 ‘기울어진 운동장’의 상황에서 이들이 지극히 정치적으로 판단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다른 대안은 그리고 더 좋은 대안은 이번 11월 선거다. 현재 연방하원처럼 연방상원까지 친이민 의원들이 다수가 되면 새 규정의 폐지는 물론 우리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드림법안’과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도 통과시킬 수 있다. 거기에다가 대통령도 친이민 또는 합리적 이민 정책을 지지해온 후보가 당선된다면 더욱 빨리 ‘행정명령’을 통해서 이번 규정과 청소년 추방유예(DACA) 폐지 등을 포함한 각종 반이민 악법들을 폐지할 수도 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상징이자 이민자들에게는 자유와 희망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의 등불이 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꺼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일은 결코 남이 해주지 않는다. 우리 이민자들 스스로 지켜내야만 한다. 이것은 우리 세대 이민자들이 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Yes, we can!” “Si, sepuede!”

“너의 지치고 가난한, 자유롭게 숨쉬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폭풍에 시달린 고향을 잃은 자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나는 나의 등불을 황금 문 곁에서 들어 올린다.”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에 새겨진 엠마 라자루스의 시 ‘새로운 거상’ 중에서


박동규 / 시민참여센터 이민자 보호 법률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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