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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짐 덜어준 한국…귀화해 빚 갚고 싶어

케냐 출신 에루페 '한국 위해 달린다'
한국 이름 오주한, 청양군체육회 입단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에루페입니다. 한국 이름은 오주한입니다. 한국을 사랑합니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자세가 자연스럽다. 떡볶이.김치 같은 매운 한식도 잘 먹는다. 어린 시절 맨땅에서 맨발로 달리다가 마라토너가 된 케냐 사나이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사진). 이제 한국 이름 오주한으로 불리길 원한다.

에루페는 충남 청양군체육회와 정식 입단 계약(25일)을 앞두고 23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에 왔다. 2010년 케냐 엘도레트에서 오창석(53)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를 만난 지 5년 만에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에루페는 2012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분37초로 역대 국내대회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도 2시간6분11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그는 한국 귀화를 꿈꾸고 있다. 스승 오 교수의 성에다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에서 '오주한'이라는 이름도 만들었다.

에루페의 다음 목표는 내년 8월 리우 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뛰는 것이다. 에루페 측은 체육 분야 우수 인재로 특별 귀화를 추진 중이다. 난관은 있다. 에루페는 지난 2013년 1월 말라리아 예방 주사를 맞은 게 문제가 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됐다. 2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지난 1월 풀려났다. '징계 해지 후 3년이 지나야 대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에 걸린다. 또 손기정.황영조(45)로 이어지는 마라톤 스타의 계보를 외국인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국내 마라톤계의 반발도 넘어야 할 과제다. 24일 서울 강남에서 에루페를 만났다.



-오주한이라는 이름의 뜻을 알고 있나.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마음에 든다. 영어로 러너다. 난 언제나 '러너'이고 싶다. 한국말은 아직 어렵다. 그래도 달리는 것보단 한국어를 배우는 게 쉽다(웃음)."

-어린 시절부터 뛰는 걸 좋아했나.

"케냐의 작은 마을 투르카나에서 자랐다. 동네에 넓게 펼쳐진 방목장에서 염소 같은 동물들과 뛰고 놀았다. 넓은 방목장에서 염소들과 함께 뛰면서 달리기의 기초를 저절로 익혔다."

-마라토너를 꿈꾼 건 언제인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가서 어머니와 4남매가 함께 살았다. 집안이 가난해서 열 네 살 때부터 목장에서 일했다. 6년동안 한 달에 20달러씩 받았다. 그러다가 16세 때 TV에서 당시 세계신기록(2시간4분55초)을 세우며 베를린 마라톤에서 우승한 폴 터갓(케냐)을 봤다.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20세 때 케냐 코치의 권유를 받고 뒤늦게 마라토너가 됐다."

-한국에 와서 처음 뛴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코치가 하자는 대로 훈련했다. 힘들다기보다 달리는 게 행복했다. 처음 탄 상금(약 5500만원)으로 고향에 있는 어머니에게 염소와 소를 사 드렸다. 대회 전에는 20마리 정도였는데 지금은 100마리 이상으로 늘었다. 동네 사람들 모두 우리를 부러워한다."

-2013년 1월에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나는 깨끗하다고 믿었는데 케냐육상연맹에서 '징계를 번복할 수 없다'는 통보를 했다. 많이 실망했지만 오창석 코치가 '걱정하지 마라. 넌 꼭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해 줬다. 2년동안 스피드와 체력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국 문화가 낯설 텐데.

"음식이 맛있다. 불고기.김치.고등어구이.쌀밥 다 좋다. 특히 김치가 입에 잘 맞는다. 별로 맵지 않다(웃음). 어른을 공경하는 한국인들의 예절도 인상적이다."

-국내 마라톤계에선 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에 처음 들었다. 다른 스포츠와 대륙에서는 국적을 옮기는 게 보편화 돼 있다. 한국은 선진국이다. 좋은 성적을 내서 내 꿈을 이루게 해준 한국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가 귀화하면 한국 선수들이 잘 뛸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은퇴 후에도 코치가 돼서 한국 마라톤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꿈이 무엇인가.

"세계 5대 마라톤(보스턴.뉴욕.시카고.베를린.런던)에 출전해 우승하는 게 목표다. 올림픽 금메달이 최종 목표다. 한국을 빛낸 마라토너로 기억되고 싶다. 오주한이라는 한국 이름처럼."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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