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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분분한 날의 창

지워내지 못한 가을에서 겨울이 녹고 있습니다

부대낀 세월이 뚝뚝 떨어져 나갑니다



날카로운 얼굴은 차고 물속그림자는 한없이 길고



바람의 말을 쪼개며 선인장을 맨발로 밟고 선

나목의 악기는

목이 쉰 소리만으로 새벽의 빛을 안아야 합니다

바람 부는 쪽을 향해

돌아오는 메아리를 들어야 합니다



울타리 무너지는 소리에

구겨진 낙엽들 한 구석으로 몰려 바스락거리고

멀쩡하던 바퀴가 삐거덕거리며 수렁으로 굴러 떨어지려 할 때

분침과 시침의 호흡도 시간의 토막으로

외딴 섬에 멈춰 서고

서서히 비워가는 공간의 시선이 두려움에 박힐 때

공명판에 들어오는 아우르는 울림이

소리도 없이 빛의 거리를 당겨와

바람을 막아 주고 곁을 지켜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대의 비워진 손길에는 섬김이 가득하고

허름한 신발에는 덧대진 사랑이 빛을 신었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이 소중한 인연들을 위하여 제 마음의 손을 모아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손장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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