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아욱국
사월에 씨를 내고 집을 비웠다보름 만에 돌아오니
여리고 예쁜 연두 빛이다
오래 전에 삭혀놓은 깻묵을
한 바가지 물에 섞어
듬뿍 뿌려주고 또 잊었다
유난히 따스하고 바람 연한 날
무심하게 나갔다가
지초록 소담스러운
밭에서 말을 잃었다
도토리 키 재기 하듯
빈틈없이 메웠어도
그 중에 웃자란 것
싹둑 싹둑 가위 질
된장 넣고 조물조물
뜨거운 여름의 아욱 국
시원한 맛으로
입안 가득 품는 계절
박선원 / 시인·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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