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도심 속 ‘보헤미아’ 전통 어려있는 활기찬 대학가

[연중기획] 뉴욕·뉴저지 타운 속으로

그리니치 빌리지를 관통하는 7애비뉴. 이곳 동쪽으로는 NYU 학생들이 즐겨찾는 술집과 식당들이 즐비하며 서쪽으로는 차분한 주거지역 안에 트렌디한 고급 레스토랑들이 밀집해있다.

그리니치 빌리지를 관통하는 7애비뉴. 이곳 동쪽으로는 NYU 학생들이 즐겨찾는 술집과 식당들이 즐비하며 서쪽으로는 차분한 주거지역 안에 트렌디한 고급 레스토랑들이 밀집해있다.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스퀘어파크와 뉴욕대학교(NYU) 캠퍼스를 품고 있는 그리니치 빌리지는 브로드웨이 서쪽으로 14스트리트와 하우스턴스트리트 사이에 있다. 그 안에서도 6애비뉴 서쪽은 웨스트빌리지로 불리는 동네로, 2017년 기준 주택 매매가가 제곱피트당 2100달러 선에 거래돼 미국에서 제일 비싼 거주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때 미국 원주민들이 담배 경작지로 쓰던 웨스트빌리지는 도로망이 산만해 길을 잃기 딱 좋다. 이 지역이 처음 개발되던 당시 시냇물이 흐르는 모양 그대로 길을 냈기 때문이기도 하고 1800년대 뉴욕시가 격자 도로망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이 일대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트리니티교회가 부지 안으로 도로를 내지 못하도록 로비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세기 중반에 들어 이곳은 도심 속 ‘보헤미아’라는 애칭이 붙었을 정도로 자유 분방한 영혼들의 결집소로 거듭났다.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은 이 동네는 무용가 이사벨 던컨, 작가 윌리엄 포크너, 극작가 유진 오닐 등이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최근 아마존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드라마 ‘멋진 메이젤 부인(The Marvelous Mrs. Maisel)’에서 주인공이 처음 코미디 무대에 서는 개스라이트 카페(Gas Light Cafe) 역시 이 곳에서 1971년까지 문을 열었다.



자유로운 영혼들이 사랑한 동네가 흔히 그렇듯, 이곳도 한때는 낙후된 건물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의 주거지·일터였다. 그 중에서도 현재 NYU가 사용하고 있는 브라운빌딩은 의류 공장으로 쓰이던 곳인데, 1911년 화재로 무려 146명이 사망한 건물로 악명을 떨쳤다. 당시 공장에 딸린 기숙사에 머물던 어린 여공들은 탈출이 여의치 않자 불길을 피해 9층에서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이 사건의 충격으로 뉴욕시 건물에 강력한 안전 규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1950년대에 들어 젊고 가난한 예술가 집단인 ‘비트세대(Beat generation)’가 유입되면서 그리니치빌리지의 문화적 황금기가 열렸다. 현대 무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저드슨댄스시어터 단원들은 워싱턴스퀘어파크 남쪽의 저드슨메모리얼교회에서 모임을 가졌고 이곳의 나이트클럽과 카페들은 내로라 하는 예술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금도 저녁에 블리커스트리트를 거닐면 새내기 코미디언들이 쇼를 보러 오라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주말 저녁에는 1981년부터 3스트리트를 지켜온 ‘블루노트 재즈클럽(Blue Note Jazz Club)’에 입장하려는 관객의 줄이 블럭 끝까지 이어진다.

◆빌리지를 점령한 뉴욕대학교=그리니치빌리지 주민들은 워싱턴스퀘어파크를 ‘NYU 비공식 캠퍼스’라고 일컫는다. 공원 주변 대다수의 건물들이 NYU의 강의실·기숙사·행정건물로 쓰이고 있어 많은 학생들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혹자는 NYU가 공원 주변의 아담하고 예쁜 건물들을 허물고 대형 콘크리트 건물을 세우는 것을 두고 그리니치빌리지에서 ‘기숙사화(dormification)’가 일어나고 있다며 빈정대지만 대학 측은 지금도 꿋꿋하게 고층 기숙사 건물을 짓고 있다.

◆학생들이 즐겨 찾는 맥두걸스트리트=NYU 학생들이 즐겨찾는 맥두걸스트리트에는 저렴한 술집과 식당이 즐비하다. 젊은이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듯, 벨기에식 감자튀김부터 독일식 할랄 음식까지 여러 문화의 음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집들이 젊은이로 가득한 새로운 식당인 것은 아니다. 맥두걸스트리트의 카페레지오(Cafe Reggio)는 1927년부터 영업을 해 온, 뉴욕에서 처음 카푸치노를 팔기 시작한 곳이다. 1959년에는 존 F 케네디가 이 앞에서 연설했으며 영화 ‘대부 2’ 등 여러 TV쇼와 영화의 배경이 된 이곳은 전통적인 카푸치노와 이탈리안 디저트를 저렴한 가격에 팔아 지금도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문화 유적 풍성=그리니치빌리지는 많은 작가와 문화 아이콘의 사랑을 받았기에 아직도 많은 ‘문화 유적’을 찾아볼 수 있다.

‘뉴요커도 모르는 뉴욕’의 저자 안나 킴은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에서 “저 잎이 떨어지면 나도 죽을 거야”라 중얼거리던 젊은 여성의 숙소가 그리니치빌리지의 그로브코트(Grove Court)라고 설명한다. 오늘의 그로브코트는 뉴욕에서 찾아보기 힘든 넓은 정원을 자랑하는 초호화 건물이 됐지만 처음 지어질 당시에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공동 숙소였다. 카페 레지오 건너편 건물은 소설 ‘작은 아씨들’의 저자 루이사 메이 올컷의 숙소였으며 허드슨파크 인근의 야외 수영장에는 키스해링의 모자이크 벽화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맨해튼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와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도 그리니치빌리지에서 촬영했다.

◆한식당=트렌디한 식당이 많은 웨스트빌리지에는 미슐랭 스타를 자랑하는 ‘제주누들바(Jeju Noodle Bar)’가 대표적 한인 업소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식 노래방 ‘오빠(Oppa)’와 한국과 일본 스타일을 접목한 고깃집 ‘타카시(Takashi)’도 있다. 최근까지 NYU 캠퍼스 일대에는 한식당 ‘코릴라(Korilla)’와 ‘뉴욕김치(New York Kimchi)’ 등이 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두 곳 모두 지난해 영업을 중단했다.


김아영 기자 kim.ahyoung@koreadailyn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