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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 보기] 아이 생일

한국에선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기억이 그리 오래전일 같지 않은데 정확히 30년 만에 올림픽을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이겠지만 서울올림픽이 개최된게 내 대학 2년때 였는데 이번엔 큰아이가 마침 대학 2학년이다. 30년을 한 세대로 잡는 게 대략 맞은 셈이다. 이 아이가 지난 월요일에 21살이 되었다. 필자는 만 25살 때 조금 일찍이다 싶게 결혼을 했고 2년 후에 큰 애가 태어났다. 아빠의 전철(?)을 밟는다면 4년 후면 결혼하고 6년 후면 손주를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소리이다. 한마디로 얼떨떨하다.

우리 가족에는 특이한 ‘전통’이 있었다. 바로 둘째 아들이 해병대원 (ROKMC)이 됐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쌍동이시라 생일이 같고, 같은 날 아들이 둘 다 징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작은 아버지가 먼저 해병대에 자원입대를 하셨단다. 한편, 필자의 남동생이 해병대에 자원한 것은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뭐 그런 좀 ‘낭만적(?)’인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려운 군생활 자진해서 더 어렵게 한 동생은 지금 물어보면 그냥 허허 웃는다.

학위과정를 마치고 어찌어찌하여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생명공학산업에 종사하게 되었을 때 ‘내 자손들은 군대에 안갈 모양이구나, 해병대는 말할것도 없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고등학교를 마칠때쯤 큰아들 녀석이 미국해병대(USMC)에 지원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누가 바람을 넣었는지 고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National Security니 Criminal Justice니 국제관계, 외교니 뭐 이런 소리를 하더니만 보안관 사무소에서 인턴도 하고 그러는 것이었다. 먼저 이걸 하고 그 다음엔 저걸하고 그 다음엔…하면서 나름 큰 그림을 그려놓고는 그 첫 스텝으로 자기가 반드시 해내야하는게 미해병대 출신 경력이란다. ‘집안전통’을 이야기해 준적도 없는데… .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결국 아이는 해병대에 자원했다. 나중에 부트캠프 졸업식을 갔는데 아이들 얼굴이 어찌나 쌔카맣던지 바로 눈앞에서 행진해도 어떤 녀석이 내 새끼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훈련과 1년간의 복무를 잘 해내고 제가 계획(?)했던 대로 4년간의 대학장학금을 받게 되어 현재 대학 2년차에 재학중이다. 지금도 잠잠했나 싶으면 권투를 한다는 둥 킥복싱을 한다는 둥 그러지 않나, 장차 전투기 조종사가 될까 생각중이라나 그러면서 아빠 가슴을 졸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남이다.



자식 키우면서 쉬웠다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이 아이도 자라면서 속을 꽤 썪였다. 오죽했으면 틴에이저 머리엔 두부가 들었나 싶어서 문헌연구를 해봤을까. 그 결과가 2012년에 4편에 걸쳐 개제했던 <틴에이저 머리속 들여다보기> 시리즈이다. 대충 요약하자면…사람의 머리는 6살 정도면 하드웨어는 거의 완성이 된단다. 큰애가 두고간 모자를 다음달에 6살이 되는 늦둥이한테 씌워보니 아닌게 아니라 대략 맞는다.

문제는 인간두뇌의 기능이 성숙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길고 느린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나마도 이 기능 저 기능이 고르게 발달하는게 아니다. 주로 뒤통수 쪽에서 담당하는 기본적인 생체기능 – 먹기 자기 숨쉬기 같은 것들이 먼저 개발되고, 이마와 정수리 쪽에서 담당하는 분석 사고 판단 기억 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기능들은 제일 나중에 완성되는데 이게 보통 25세 쯤이다. 사람차이는 있겠지만 최소한 20대 중반까지는 아직 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최소한 몇 년은 어쩌면 영영 아이들 보면서 조마조마해야할 모양이다. 경험으로 보건데 그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믿어주고 성원해 주는게 최선인 것 같다. 아이 둘을 키우는 필자도 부모님께는 여전히 어린아이같지 않을까?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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