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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캐나다<1>-산과 호수가 쓴 경이로운 서사시

이른 아침 단잠을 깨우는 희미한 빛을 따라 커튼을 열 때마다, 곤돌라를 타고 산꼭대기에 오를 때마다 로키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고 감탄했다.

재스퍼의 휘슬러 산에서 캐내디언 로키의 최고봉이라는 롭슨 산과 마주했을 때도 그러했다. 삼각형 모양의 시가지와 철로를 제외하면 인간의 손때가 닿은 곳을 발견할 수 없었다. 로키산맥은 호수를 품고 강을 토해내고 생명을 키워내고 있었다.

장대한 로키산맥은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북아메리카의 서부에 남북으로 길게 걸쳐 있다. 고봉(高峰)들이 연결돼 그려낸 선이 '산맥'일진대, 캐나다 사람들은 으레 미국의 로키와 자신의 로키를 구별 짓는다. 사실 미국 쪽의 로키에 비해 폭이 좁다는 특징 외에는 별다를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방대한 정보량을 자랑하는 네이버를 통해 검색해도 '캐내디언 로키'만 나올 뿐, '아메리칸 로키'란 단어는 없다.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겠지만, 캐나다의 로키가 더 아름답다는 확신과 자부심의 발로는 아닐까 추측해볼 따름이다.



ㅍ생생한 대자연과의 교감

밴쿠버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여정이 피곤했던 것일까. 캐내디언 로키의 관문인 캘거리를 향해 이륙하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선잠에서 깨어나니 비좁은 창문으로 보이는 광경은 말 그대로 '압권'이었다.

구름 아래로 산봉우리가 뾰족뾰족 솟았고, 그 위에는 백설탕을 뿌려놓은 것처럼 순백의 눈이 덮였다. 가슴에 들어찬 기대와 설렘이 순식간에 몽롱한 정신을 밀쳐냈다.

캘거리의 하늘은 한국의 가을 하늘처럼 깨끗하고 청명했다. 서울 63빌딩 전망대에서 인천 앞바다가 보인다는, 서울에서는 좀체 누릴 수 없는 그런 날이었다. 캘거리 타워와 석유회사들의 고층빌딩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더 이상 높은 건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잠시 후 소들이 주인도 없는 듯 풀을 뜯고 노니는 목가적인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허허벌판에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고, 간혹 집이 보일 뿐 완만한 대지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항공기에서 내려다봤던 로키는 종적을 감춘 듯했다. 캐내디언 로키에서 가장 유명한 고장인 밴프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공기가 맑아서인지 도로에 차가 없어서인지, 제법 속력을 냈지만 빠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로키는 갑자기 출현하지 않고, 뜸을 들이듯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목초지의 배경으로 등장하더니 이내 웅장한 몸집을 선보였다.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한계 고도인 수목성장한계선 위로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아 해말끔했다.

온천이 발견되면서 유명세를 탔던 세계적인 휴양지 '밴프(Banff)'는 로키에 살포시 안겨 있는 형국의 도시다. 주위에는 작은 폭포가 있는 캐스케이드 산, 터널을 뚫으려고 했던 터널 산처럼 봉우리마다 재미있는 사연과 역사가 깃들어 있다.

19세기 후반 캐나다를 횡단하는 철도를 놓을 당시, 로키산맥만이 문제가 됐다. 캐내디언 로키의 매혹적인 자태에 사로잡힌 캐나다 사람은 호기롭게 "멋진 경치는 수출할 수 없으니, 세계 모든 사람을 수입하자"고 외쳤다. 망상처럼 여겨졌던 그들의 생각은 결국 현실이 됐다.

사실 로키 여행은 수많은 호수와 강이 설봉(雪峰)이 어우러지는 멋진 풍광들을 하나씩 찾아가 만나보는 것이다. 한곳에 진득하게 머무르지 못하고,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이드북에 조그맣게 소개된 장소라 할지라도 어떤 그림엽서처럼 예쁜 곳이 캐내디언 로키다. 또한 유럽의 고적처럼 역사를 알고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을 떨쳐내도 좋은 곳이기도 하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서 느끼면 그만이다.

로키의 대자연에서 전해지는 감동은 월드컵 경기에서의 승리만큼이나 짜릿하지만, 펄쩍펄쩍 뛰고 함성을 지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고정하고 멍하니 서 있도록 만든다.

런들 산 앞에 자리한 투 잭 호수(Two Jack Lake)의 물은 푸르게 빛났다. 수심이 깊은 곳일수록 색깔이 선명했다. 빙하가 녹은 물은 화학작용에 의해 투명하지 않고 청록색과 비슷한 색깔을 띤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물이 깨끗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밴프가 속해 있는 앨버타 주에서는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할 정도로 모든 물이 맑다. 당연히 산골에 있는 투 잭 호수에는 1급수에서만 산다는 송어도 서식한다. 가까이서 바라본 호수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했다. 물은 차갑고 맛은 심심했다.

인디언들의 언어로 '영혼의 호수'라는 의미의 미네완카(Minewanka Lake)는 밴프에서 가장 큰 호수다. 낚시꾼과 사랑에 빠졌던 인어가 실연을 당하자 아리따운 목소리로 사람을 유혹해 호수에서 익사하게 했다는 사연이 전해진다. 두 차례의 댐 공사로 인디언 마을이 수장된 가슴 아픈 곳이기도 하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설퍼 산(Sulphur Mountain)에서 보는 로키는 날카로웠다. 좁은 평지에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조성한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사방으로 펼쳐진 산들의 파노라마는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연합르페르)

▶관계기사
캐나다<2>-눈을 들어 로키를 보라
http://joongang.ca/bbs/board.php?bo_table=T1004&wr_id=1481

캐나다<3>-몽환의 숲, 오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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